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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수필=정운일] 밀양 영남루


김상호 기자 / kshulk@naver.com입력 : 2014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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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루로 찾아가는 길 양변에 대추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서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아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영남루를 구경하기로 했다. 영남루 앞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주인은 친절하게 모자라는 반찬을 날라준다. 영남루부근에서 채취해 만든 토종음식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군침이 사르르 입에 넣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무더운 여름인데 구름이 커다란 양산이 되어 우리와 동행하여 이곳저곳을 시원하게 살펴 볼 수 있었다. 참 날씨 한 번 좋다고 환호성이다.

영남루가 추화산을 등지고 밀양강 맑은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서있다. 동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폭의 그림이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과과 더불어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래서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루이다.

영남루는 조선시대 밀양도호부 객사에 속했던 곳으로 손님을 맞거나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고려 공민왕 14년(1365)에 밀양군수 김주(金湊)가 영남사라는 절터에 지었다. 절 이름을 빌어 영남루라 부른다. 여러 차례 고치고 전쟁으로 불탄 슬픈 사연도 있다. 지금 건물은 조선 헌종 10년(1844) 밀양부사 이인재가 새로 지은 것이다. 좌우의 부속건물과 층계로 된 월랑(月廊)과 헌랑(軒廊)으로 연결하여 건물 배치에 변화를 주어 더욱 아름답다. 기둥 사이를 모두 개방하여 사방을 바라볼 수 있다.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이 모여 연회를 즐길 수 있다. 우물마루에 앉으니 그 당시 연회에 동참이라도 하는 듯 즐거움이 샘솟는다.

동쪽 능파당은 밀양강 뒤쪽으로 들어서 있고 서쪽 침류각은 밀양강 앞쪽으로 나와 있어 영남루를 기준으로 태극모양의 아름다운 극치를 보여준다. 침류각으로 내려가는 지붕은 높낮이를 조정하여 제비집처럼 아름답게 붙여놓았다. 사람의 손이 아닌 신선의 손으로 만든 것 같다. 3층을 9계단으로 만들어 오르고 내리며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침류각에서 영남루까지 측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5층탑을 보는 듯하다. 건물 안쪽은 화려한 용신 조각을 한 대들보를 포함하여 11마리용으로 장식한 건축 부재가 신기하다.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연등천장이 정겹다. 기둥 사이에는 귀면(鬼面)을 표현한 화반(花盤)을 하나씩 배치하였다. 모두가 벽사의 의미라고 한다. 이러한 벽사의 힘을 받아 지금까지 무사하다고 생각된다.

아랑은 이곳에 달구경 왔다 죽음으로 정절을 지켰다고 한다.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의 명필가의 시문현판이 걸려있다. 당시 이인재부사의 아들 이증석(11세)과 이현석(7세)쓴 영남제일 루, 영남루 현판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수많은 서예가들로부터 불가사의한 필력으로 지칭되고 있다. 11세 7세의 글씨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낙관에 11세 7세라고 낙관이 선명하니 믿어야만 한다. 우물마루에 앉아 비경을 바라보니 밀양강물에 마음을 씻은 듯 후련하다. 동네 주민들도 어린아이를 대동하여 젖을 먹이며 풍경을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뒤 마당에 유명한 석화(石花)가 어여쁘게 피어있다. 사계절 피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 조화도 시간이 흐르면 변색되는데, 고려시대 핀 꽃이 지금까지 시들 줄 모르고 피어있으니 고려인을 만난 듯 반갑다.

능파당 뒤쪽 대중음악으로 국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박시춘 선생의 옛집을 찾아가 흉상 앞에서 묵념을 올렸다. 흉상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신라의 달밤’ 등 히트곡이 들려오는 듯하다. 옛집 바로아래에 밀양아리랑 노래비가 있다. 수위치를 누르니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하며 우리일행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갈 길이 바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밤9시에 도착했다. 장시간 밀양을 탐방하고도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포근해지고 활력이 솟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과 맑은 공기, 폭포소리, 얼음골의 시원한 바람, 토종음식과 훈훈한 인심이 우리와 동행해 주었기 때문이다. 밀양의 영남루가 내마음속에서 오래오래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다.

정운일 / 시인, 수필가, 전 포천 외북초 교장
김상호 기자 / kshulk@naver.com입력 : 2014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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