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이던 미군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다가 민가에 피해를 주는 사고가 포천에서 발생했다. 포천시 영중면 영평2리에서 저공비행하던 미군 헬기의 진동과 소음으로 축사 지붕이 무너지고, 인근 주택 슬레이트 지붕이 일부 파손됐으며, 마을주민 20여 명이 놀라 집밖으로 대피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피해를 준 헬기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참가 미군 소속으로 부대 복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주한미군이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신속히 보상하기로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미2사단 측은 포천시 관계자와 함께 영중면 영평2리 사고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보상할 것을 약속했다. 주민이 급히 요구하면 한 달 이내에 수리비의 50%를 선지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제는 주한미군이 이번 사고 피해만을 보상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한 달에 20일 이상 주야 구분 없이 이뤄지는 사격훈련을 오후 10시 이후 최대한 제한할 것을 요청하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을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잘 알려진대로 영평사격장은 국내 최대 미군 사격장이다. 1960년대 초반 만들어진 영평사격장은 420만㎡(127만 평) 크기로 미8군이 대포·탱크·헬리콥터 등의 사격훈련을 하는 곳으로 영중면 주민들은 지난 60년 동안 주.야를 가리지 않는 사격훈련으로 인한 진동과 소음에 시달려왔다. 밤중 훈련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포탄과 탱크로 인한 진동이 심해 대부분 집 벽에 금이 가고 지붕에서 물이 새는 주택도 많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적지 않았다. 헬기가 저공비행하면서 일으키는 바람에 벼 같은 농작물이 쓰러지고, 포탄 굉음에 소·돼지가 유산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젖소 우유 생산량이 줄었다는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소음과 진동의 피해를 견딜 수 없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태세다. 사격장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영평사격장 주변 1㎞ 안에 사는 영평 1,2리와 영송리 300여 가구 주민들이 뜻을 모아 오는 4월께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미군 사격장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의 사례가 있다. 이곳에선 폭탄이 농가에 떨어지기도 했다. 직접 폭탄 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들도 수시로 하는 폭격 훈련의 충격으로 집이 파손되고 난청·불면증에 가축이 유산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내 세대주 1인당 월 15만~17만원씩 등 총 142억원을 배상받은 사례가 있고, 결국 매향리 사격장은 2005년 폐쇄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헬기 저공비행 피해는 미2사단이 영평훈련장에서 포천시와 육군 8기계화보병사단과 함께 ‘영평·로드리게스 사격장 관련 유대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이 체결에서 미2사단장, 8사단장, 포천시장, 주민대표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반기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주민 불편 최소화에 나서기로 했다. 소통 창구를 8사단으로 일원화하고 미군 훈련 일정을 사전에 받아 주민들에게 전달해 주민불편과 민원을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헬기 사고는 훈련 일정을 주민들이 사전에 인지한다고 해서 피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근본적인 대책과 피해보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기지가 떠나거나 주둔할 지역은 막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 왔지만 유독 포천시만 예외였다. 미군사격장 피해보상은 커녕 아무런 지원 없이 미군부대를 주둔시켜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