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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박정근] 마지막 계단에 서서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12월 02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해마다 치르는 해걸이처럼
달마다 한 계단씩 올라가서
마침내 끝에 이르렀다는 안도감이 아닌
천근의 피로감에 덜썩 주저앉는다.

계단마다 깨끗한 전망은
보이지 않았다.

걸리적 거리는 쓰레기가
사방에 산적해 있어
꼭 해야 할일은 다음 계단으로 미루고
돈 몇푼에 정신이 팔려
허접한 일들을 하느라
시간을 때우다 옆으로 밀어놓고
종료 종소리를 듣고서야
마지막 계단으로 무거운 다리를
옮겨놓는 게으른 인간일 뿐이다

눈만 뜨면
내 눈 앞에 다가서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이미지들이
술잔을 내밀며
축배를 제안하고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내품어대는
셀 수 없는 말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환청처럼
안개처럼 감싸고
권력의 로프로 묶어대며
무료한 권태의 철창 안에 가두었다.

새벽이 오면
숙취가 몰고 오는 갈증이
혓바닥에 칼질을 하고
한순간에 몰려오는 오감의 찌꺼기들이
세상의 욕망이 빚어낸 허상들이 되어
한 움큼씩 머리 속에 털어놓으면
위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음식들이
신물과 함께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
수채구멍으로 쏟아진다

아 한해가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
이 마지막 계단에서
욕망의 허무를 외치는
맥베스들이여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라
그대들은 한 해의 먼지일 뿐이니

박정근 / 대진대학교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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