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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차라리 새빨간 단풍을 닮아라!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10월 31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가을이 진한 잔치를 벌이고 있다. 거리의 가로수와 산등성이 나무들도 일제히 붉은 잎사귀를 물들이고 있다. 방구석에 박혀있으면 괜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쏘다니며 최고조를 향해서 안간 힘을 쓰는 단풍잎에 연방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리고는 짐짓 심각하게 표정을 지으며 시를 한편 지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즐길 수 있는 낭만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인들은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문제를 두고 그럴싸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바가 없으니 자기들하고는 알 바가 없다고 시치미를 떼기에 바쁘다.

야당은 불공정한 대선게임에서 패배한 것이 억울해서 어쨌든 대선에서 혜택을 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과 자신이 아무 관계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소통의 방법이 이렇게 저급하니 그들을 믿고 따르는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경제 분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과 현대 등 몇 개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안개가 자욱한 상황이다. CJ, 효성, SK 굵직굵직한 대기업의 총수들이 불법적으로 횡령이나 불법자금을 조성했다가 구속이나 고소를 당한 상태이다. 사람의 욕망이 한이 없다고 하지만 재벌에 해당하는 그들이 세금을 내야하거나 국민들과 분배해야할 재물을 빼돌리기에 급급하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한 것이다.

인재를 모아서 연구에 몰두하게 하고 세계적인 명물을 만들어서 국가에 기여하려고 하는 것이 경제인의 정도일진데, 큰 도둑이 되어 국가 경제를 좀 먹는 범죄자가 되는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망각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이나 교수는 밤을 새워 연구를 하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종종 대학교수가 연구는 하지 않고 알량한 보직이나 얻으려고 힘 있는 자들에게 줄을 서는 것은 학자가 할 짓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제자들과 밤을 새워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열정을 다해서 강의하는 교수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그래서 세인들이 연구원이나 교수를 존경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지 않고 관료들이나 속물들이 종종 보여주는 권력지향적이고 세속적인 인간으로 전락하는 학계는 정치인이나 경제인의 파행처럼 비난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순간까지 붉은 빛깔을 세상에 퍼뜨리는 단풍의 모습이 새삼 필자를 감동시키는 가을의 심장에 서서 인간의 삶을 돌이켜 보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봄, 여름을 거치면서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봉사하고 끝을 향하게 치닫는 단풍잎이 온 몸을 붉게 물들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무릇 인간들은 도대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감하려는 것인가.

천민자본주의가 흔히 그러하듯 자기 앞에 재물을 바벨탑처럼 드높이 쌓을 때까지 물질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들은 단풍의 실존적 자세를 겸손하게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단풍은 더욱 처절한 것 같다. 마치 피를 토하며 소리를 배우는 소리꾼처럼 내면의 모든 것을 쏟아놓으려는 것이다.

나무의 체액과 자양분을 최대한 끌어 모아 단풍 잎 하나하나의 붉은 빛을 완성시키려는 장인의 자세는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할 가을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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