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건국 6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우체국 택배가 오전 중으로 배달될 거라는 안내 메시지였다. 지난달 중순쯤에 박이도 선생님께서 메일을 보내주셨다.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선생님 존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메일을 직접 주시니 새까만 새내기로서는 당황할 수밖에요.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김형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인 박이도입니다. 우연히 선생님의 블록에서 저의 시 <어둠~ >을 발견하고 언제 썼던 것인가 하고 보았더니 계절문학 12년 겨울호에 실렸던 것이더군요. 마침 전에 시집에 넣지 않은 것을 모으던 중인데 자료를 한 한편 얻은 셈이지요. 블록 안에서 어떻게 소식을 주고받을지를 잘 조작이 안 되어 메일로 전하는 바입니다. 선생님 집 주소를 적어주시면 저의 시집을 한 권 증정해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이도 드림(010-****-****) 9월 15일 이른 아침
한 번도 인사 올린 적이 없고 뵌 적도 없는 원로 선생님께 주소를 알려드린다는 것은 예의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에서 선생님께 답장 메일을 썼다.
“박이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 직접 메일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아직껏 서툰 시를 짓는 갈 길이 먼 김형출입니다. 선생님의 존함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시를 좋아합니다. 선생님! 송구하지만, 선생님의 시집은 서점에서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소를 보내드리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송구합니다.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김형출 올림.
“김형출 선생님, 다시 적습니다. 서점에서는 구하시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주소를 주시면 제가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리겠으니 전연 부담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박이도 드림(9.16.) 계속 사양하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미덕도 아닐 것 같아 염치 불구, 선생님께 주소를 알려드렸다. 선생님께서 며칠 전 전화를 주셨다. 책 잘 받았느냐고? 아직 받지 못했다고 알려드렸다. 추석 전에 발송한 택배가 보름이 훌쩍 넘겼는데도 도착하지 않았다. 배달 사고가 분명한 것 같다. 다시 보내겠다고 하신다. 속이 얼마나 상하실까,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책이 도착했나 하고 빌딩 경비실에 몇 번을 확인했었다. 기다렸던 선생님의 책이 드디어 빠끔히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박이도 문학전집1·詩 234권>, 시집<어느 인생>
이제야 내 뒷모습이 보이는 구나 새벽안개 밭으로 사라지는 모습 너무나 가벼운 걸음이네 그림자마저 따돌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경인년 가을날에 박이도 님의 시 돌섬 시집<어느 인생>에 실린 서시 전문-
그리고 <창조문예> 2013년 9월호였다. ‘어느 인생’ 짧은 시 안에 선생님의 시심이 녹녹하게 녹아 있다. 시집 책갈피에는 선생님 친필 서명이 곱다. 선생님께 책 잘 받아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문자 메시지로 사진 몇 장 보내드리고 전화도 드렸다.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10월에 나는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기쁜 마음으로 시집을 새겨 읽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