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이어서 가장 감사하는 것 중 하나는 세계 여러 나라 지역을 방문해서 연주를 하면서 새로운 문화, 언어, 음식, 사람들을 접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화들의 장단점을 보게 되고 나름대로 고유한 문화의 성립 이유들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큰 즐거움인데, 최근에는 외국에서 목격한 한류문화의 선풍적인 인기가 내가 한국인임을 되새겨 보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아시아권 나라들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이어 싸이, 소녀시대, 이병헌 같은 연예인들, 박찬호, 박지성, 류현진, 박세리, 박인비 같은 운동 선수들의 세계 정상무대의 도전과 정복은 특히 해외 동포들에게는 한국인임이 정말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기쁜 일들이다. 이런 성공사례 못지않게 삼성, 현대, 엘지 같은 한국기업들의 상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확인되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력이 또한 더욱 큰 의미를 가미해주는데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요즘 더욱 수긍이 간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사시는 분들에게 해외 동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같은 말을 쓰고 같은 피를 나눈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지만, 어떨 때는 오히려 외국인보다 더 이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잠시 지나가는 사랑방 손님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을 고국 방문때 여러 번 들었다. 또 어느 나라 동포인가에 따라 각양의 모습을 보이게 때문에 더욱 애매한 상황들이 보인다. 과연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한국인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문화”라는 단어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인구 0.2%에 불과한 유태인인구 일천오백만 명중 1/3은 이스라엘, 1/3은 미국에, 나머지 1/3은 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2천년 동안 겪은 나라 없는 고통의 삶의 결과로 세상에 흩어져서 갖은 박해와 심지어는 인종말살 시도들을 당하면서도 이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뚝 서 있는 민족이 되었고, 어느 나라에 살고 있건 상관없이 유태인의 뿌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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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탕에는 중요한 문화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유태인들을 접해보면 알 수 있다. 회당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종교, 언어, 역사, 문화를 자손들에게 전수했던 각고의 노력의 결과가 오늘의 유태인들을 존재하게 했다고 나는 확신한다. 외국의 한인 동포들도 한인회, 한인 종교단체들을 통해 같은 노력들을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울여 왔는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70, 80, 90년대에 보았던 이민 2세들과는 달리, 지난 10여 년간에 나타난 한국의 경제력 신장과 한류문화의 파급효과가 이민 2,3,4세들에게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을 방문해서 알고 싶어 하는 큰 동기부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난 후손들이 한국에 들어가고 또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과 함께 일할 때 한민족은 유태인들 못지않은 한민족의 성공사례를 세계역사에 우뚝 세울 것을 나는 확신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어디서 태어났건, 어디선 성장했건, 어디서 살고 있건, 한국인의 뿌리를 바탕으로 한국문화를 공유하는 모습을 확신할 때 자라난 환경과 나라가 달라도 같은 한민족으로 가슴을 열고 같이 세계무대에 도전하고 우뚝 서는 세상이 멀지 않았음을 나는 확신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어디서 왔던 상관없이 해외동포를 만나게 되면 이질감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람의 한국뿌리와 한국문화의 모습을 확인해보는 계기가 있으시기를 기원해본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그러나 이런 시도를 해보시는 열린 마음의 독자분들은 기대하지 못했던 기쁨을 누리시게 되고 해외여행을 통해 맛보는 새문화의 재미와 한국인의 뿌리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저 못지않게 누리게 되실 것을 감히 약속드린다.
중국 연변에서 만난 예술가분이 하신 말씀으로 글을 정리해본다.
“한민족은 모래와 같다. 다 똑똑하고 재주가 좋아서 아주 굵은 모래들이다. 그래서 뭉치지를 못하지만,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민족의 문화를 자갈, 물로 사용해 모으면 강력한 시멘트가 된다.”
조원용 / 미국 버밍햄 알라바마 주립대 성악교수, 포천신문 음악동호회 명예고문
오페라 가수(베이스)로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프랑스, 이태리, 독일, 체코, 룩셈부르그, 이스라엘, 중국, 태국, 한국 등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맨하탄 음악원 성악과 학사, 보스턴 대학교 석사, 멤피스 주립대학교 박사를 거쳐 아이오와 주립대, 뉴욕주립대 성악과.오페라과 교수를 역임했다. 룩셈부르그 국제 음악제, 태국 마히돌 음대, 연변 예술대학교 방문 교수 역임한 후 현재 버밍햄 알라바마 주립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천신문 음악동호회 명예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