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광릉수목원에서 ‘수목원 가는길’ 프로그램으로 ‘숲속 음악회’에서 노래를 하였다. 작년에도 행사를 하면서 걸었던 숲길이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제 여름의 긴 터널을 지나 맑게 개인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아직도 녹음이 짙은 큼직한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은 초연하고 의젓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물론 광릉수목원은 빼어난 나무들을 기르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순응하면서 평화롭게 공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나무들의 군림 속에서도 각각의 나무들이 수종 나름의 독특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요즘 한국 사회의 냄비현상들이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사건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다. 국민들은 깜짝 놀라 큰 전쟁이나 터진 양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반향으로 한국사회 전체가 냄비에서 죽이 끓듯이 시끌벅적한 시장 바닥처럼 아우성치는 혼란을 야기하였다. 국정원은 RO 조직 내에 정보원들을 심어서 그들의 비밀회합에서 나온 발언들을 국정원에 보고함으로써 내란음모의 잡아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법에 의해서 사법적 절차를 밟아가면 된다. 국가의 기간시설을 폭파하겠다는 자는 국가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히 제거해야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는 국가의 정보기관들이 저지른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위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이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기관의 조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는가.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군사정권은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물로 삼아 권력을 틀어쥐는 정치적 음모를 서슴치 않았다. 결국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되고 나서야 역사는 진실을 말해주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주곤 한다.
한국사회는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스스로 체험하면서 진실 앞에서 담대하지 못하고 신경증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민주주의는 법적 제도 속에서 꾸준히 진실을 밝혀내어야 사회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해방이후 이승만 정권은 법적 제도나 절차를 통해서 정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암살과 테러 등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 세력이나 정적을 제거하는 악순환을 보여주었다. 김구 선생이나 장준하 선생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살신성인하는 민족 지도자였지만 극우적인 광기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더더욱 6.25를 거치면서 진보세력에 대한 메카시즘이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말았다. 한 민족이 서로 죽이고 죽는 상쟁의 어리석음을 저질렀던 것이다. 어느 누구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낸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설혹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신적 혼란에 의해서 일어났다면 정상참작을 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이석기’ 내란음모가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언론과 방송이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그 광기가 사법적 절차가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심리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메카시즘’의 음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민족상쟁의 전쟁을 겪지 않으려면 한국사회의 ‘레드 콤플렉스’의 광기를 걷어내야 한다.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증오와 폭력을 제거해야 한다. 오히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장점을 차분하게 설득하고 함께 번영의 길로 가자고 이끌어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수목원 나무들의 의젓함에 고개를 숙이면서 한참을 걸었다. 그 속에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로 어우러지면서 공생하는 자연의 조화를 새삼스럽게 인식하면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성숙한 사회를 꿈꾸어 보았다. 우리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공산주의 국가와 깊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공산주의’란 단어만 보면 증오의 광기에 빠지는 것은 모순이다.
이석기류의 진보세력도 종북주의에 빠질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진정한 진보주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여당은 사법적 심리절차가 남아있는 이석기 의원을 제명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이런 냄비 근성으로서는 한국사회의 광기를 치유할 수 없다. 차분하게 사법부의 절차를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