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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65] 배꼽이야기 - <배꿉 빠지는 이야기>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06일
 
ⓒ (주)포천신문사 
해가 바뀌고 보니 뵙고 싶은 분들의 얼굴이 눈앞에 다가선다. 개인 사정으로 아니면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나의 변명 따위가 짓궂다. 내가 하는 행동이 잘하는 것인지 의아할 때가 더러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한두 가지 걱정거리 없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거리도 웃을 수 있는 법 모르는 사람은 늙어서도 웃음은 없다.” 라는 말을 접하다 보니 고개가 끄떡여진다. 걱정은 희망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걱정거리조차 없다면 희망은 없는 법, 걱정한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바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나마는 그렇지 않다.

걱정거리도 시간이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걱정거리가 해결되는 예가 많다. 그것을 알면서도 미리 사서 걱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즈음 나는 마음 다스리는 법을 공부하는 중이다. 걱정거리를 잠시 접어두고 소원했던 분들에게 안부를 드릴 생각이다. 어느 새해 첫날을 생각하니 배꼽 빠진다. 그때도 걱정거리는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었다.

또 한 번 배꼽잡고 웃어보자. ‘억수’로 재미있는 황소만한 이(sucking/Anoplura)이야기는 “유치해서 안 할라 캤는데 억지로 합니더”, 혹시 비위가 약하거나 ‘문디’사투리에 역겨운 분이 계신다면 널리 이해를 구합니더. 2008년 가을, 하이디하우스(경기도 남양주 청학동)에 문인 몇 사람이 모였었다. 황소만 이 ‘이바구’(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하이디하우스 촌장 차 시인이다. 다방면에 박식한 촌장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음악과 성악 등 예술 쪽에도 재능을 지닌 정말 만능 재주꾼이다. 테마 레스토랑 ‘하이디 랜드’ 별당 오픈을 앞두고 시식회에 초대를 받았었다. 일행은 어둠이 깔릴 즈음 하이디 하우스에 도착하였다. 어둑어둑한 산골에 늦가을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수개월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하이디랜드’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최신식 테마 레스토랑이다. 하이디 하우스 정원에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서각거리고 싸한 공기의 유입으로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촌장은 우리를 우아하게 잘 꾸며놓은 방으로 안내했다. 온돌방은 내 엉덩이가 뜨끈뜨끈 익을 것만 같다. 엉덩이에 불이 나니 불현듯 어릴 적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밤이 아른거린다. 그렇게 가을밤은 아람 벌어진 산밤처럼 익어가고 있다. 전통 한식이 순서대로 나왔다. 하이디의 별미 미역국, 통통하게 살찐 ‘영양돌솥밥’, 한우갈비,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요리와 밑반찬이었다. 마지막 코스로는 ‘복지리탕’이 나왔다. 식사를 마친 후, 시식에 관한 품평회가 시작되었다. 공통적인 의견은 맛과 멋이 어우러진 모든 음식이 일품이었다는 후한 평가였으며 몇 가지 음식에 대해서만 보완책을 내놓았다. 음악과 시가 있고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는 곳, 바로 여기가 한국의 알프스 ‘하이디 하우스’의 진풍경 같았다.

안녕하십미꺼? 쪼매 있다가 황소만한 이 이바구를 하기 전에 투박하고 정감 있는 고향 사투리를 맛 빼기로 보여줄까 해서 예, 들어보이소 예, 동네 소꿉친구인 순이와 철수는 서로 헤어진지 40년 만에 만나, 동창회가 끝나서까지 오간 투박한 얘기는 파격적이었다. 저 머스마, 저 가스나 참 못뙜써! 그래도 고향에 가면 가장 반겨주는 것은 여우꼬리에 투박한 고향 사투리다 이 말씀이야.
“니, 날 언제 봤다고 다짜고짜 반말이야!” “그 가스나 정말 못뙜다.” “그 머스마 그 가스나들 모두 집에 잘 들어갔나?” “안 물어 볼라 카다 억지로 물어보는 거다.” “그리 알고서 안부 물어보는 거, 고맙게 생각하거래이.” “니들, 나 슝 보면 죽는다! 알았나?” “문디 자슥 찌날발광하고 자빠졌다.”

이렇게 투박한 고향사투리를 올리다보면 또 배 아파하는 사람이 있는 기라, “저 자슥 누가 문디 자슥 아니라칼까봐, 또 찌날발광하고 자빠졌네!”“그 가시나, 목소리 하나 크다 카이.”정감 가는 고향사투리 좀 쓴다 해서 쌍 라이트를 켜고 삿대질하는 놈은 또 뭐꼬? 독자들의 눈에 감점 요인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사투리를 썼겠나? “빤히 노려보면 우짤낀데? 제발 그라지 마이소 마,”

황소만 한 이가 엉금엉금 기면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고 배꼽이 빠져 나와 얼매나 행복했는데 예, 그때의 황소만 한 이 이야기를 다시 듣기 위하여 남양주 청학동을 새해 첫날 저녁에 다시 찾아갔다 안 카나, 꼬불꼬불 산길을 가다보면 저만치에 테마 카페 '하이디 하우스'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냈고, 하이디 하우스의 아름다운 야경을 접하는 순간, 내가 별천지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이곳 주인은 “만능재주꾼이라고 말 했어, 안했어?” 사진이면 사진, 성악이면 성악, 하모니카면 하모니카, 시면 시, 원예면 원예, 이야기면 이야기, 전천후라예, 구수한 ‘문디’사투리로 재생하는 추억이야기는 유머와 위트가 철철 넘쳐흘러 배꼽이 금방 튀어 나온다 카이.

60년대 초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일 년에 설날 그믐날 딱 한번 가마솥에 물을 데워 목욕할까 말까 했던 시절, 이 잡는 것은 창피가 아니었다. 호롱불 밑에서 속옷에 붙은 이를 잡기 위한 이 소탕작전은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DDT등 독성이 강한 살충제가 있었지만, 살충제는 돈 주고 사야했다. 돈이 없어서 손가락으로 이를 소탕했지, 손톱으로 똑똑!, 톡톡 똑! 뭉개 죽이는 행위는 잔인했지만 말도 못하게 재미있었다. 성질 급한 아부지는 이가 수북하게 알을 깐 헐렁하고 너저분한 속잠방이를 입에 대고 이빨로 단 한 번에 아작아작 압착하면 이 알들은 쪼도록~ ~ 쪼도록~ 눈길 걷는 검정고무신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초전박살이 났다카이, 그카다가, 우짜다 통통하게 살진 이 몇 마리가 방바닥에 기고 있으면 어무이 머리카락을 몰래 뽑아다가 이 싸움을 시켰다 안 카나.

“이 싸움은 닭싸움보다 더 재미있다 카이!” “킥킥킥” “히히히” “푸하하” “저놈 봐라, 발광한다!” “저놈 뒤졌나?” “어무이요! 내 몸에서 황소만 한 이가 방바닥에 뚝! 하고 떨어졌어예” “그런데, 어무이 놀라지 마이소.” “저기 좀 보이소!” “방바닥이 요강단지같이 움푹 패었어요!” “이노무 아가, 거짓말을 참말같이 하네.” “저기, 황소만 한 이가 죽어있다!” “배꼽 빠지유~” “배꼽 빠진 당께!” “배꼽 빠진다 카이!” 이 희망찬 신묘년 새해부터 ‘이바구’를 ‘와하노카먼’ 웃음이 말라 죽어서 ‘웃을라꼬 한다카이’ 웃지 않고 ‘슝보’는 선남선녀들요? 얌전하게만 계시면 미워할 거야요! ( *서부경남 함양 안의 사투리)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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