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소통과 설득정치에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며 고뇌하는 군주의 모습에서 감명을 받게 된다.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정조대왕의 편지의 교훈으로 대신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도 감동을 받게 된다.
국민들은 현실정치의 대화는 없고 주장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친 탓이리라. 그런데 임금이 정치적 반대파의 영수와 비밀편지를 주고받으며 그것도 수백 통씩이나 주고받았으니 멋진 정치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때론 분노하고 감싸기도 하며, 때로는 함께 계책을 꾸미기도 하니, 이것이야 말로 반대파까지 포용하는 대화의 정치가 아니겠는가. 요즘 정치처럼 반대당은 커녕 같은 당내 라이벌들까지도 등을 돌리는 멋없는 정치와는 다르다. 막후가 아니더라도 정조는 늘 소통하고자 하였다. 특히 간관들에게는 자신의 허물을 가감 없이 지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조는 "언로는 국가의 혈맥이니 말을 듣는 것이 임금의 급선무요 말을 하는 것은 정신(廷臣)이 힘써야 할 일이다, 광필(匡弼 :잘못을 바로잡아 보필함)의 책임이 있는 신하들은 나의 잘잘못에 직언 해 달라, 대신들은 바른말 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크면 천만언(千萬言), 적어도 열 가지는 아뢰어 부족한 나를 도와야 한다" 라고 말했다.
정조는 감언을 물리치고 고언을 새길 줄도 알았다. 왕의 실정을 꼬집는 상소를 올린 정언(正言) 한후익을 처벌하라는 신하들의 아우성을 정조는 "말꼬리를 잡는 것은 조정에서 할 일이 아니다."며 일축 해 버렸다.
행부사직 신상권이 다시 한후익을 성토하며 왕을 찬양하는 아첨하는 상소를 올리자 정조는 "이런 자를 벌주지 않으면 임금이 스스로 성인인양 하는 폐단이 생긴다"며 삭탈관직 해 버렸다.
정조는 이런 반듯한 왕이었다. 그러나 정조도 일방적인 경우도 많았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예부터 임금들이 자신과 관계된 사건이면 혐의 쩍게 여겨 불문에 부치는 걸 너그러운 도량으로 생각해 의리(義理)가 흐리멍텅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자신의 즉위를 반대했던 정적들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홍인환. 정후겸을 유배시키고 화완 옹주를 폐서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조대왕의 일방정치의 최고조는 규장각이라고 할 것이다. 규장각은 명목상 역대제왕의 글을 보관하기위한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반대파를 견제하기위한 정조의 친위부대였다고 볼 수 있다. 갈수록 권력화해 정조6년 공조참의 이택징이 규장각을 "규장각은 전하의 사각(私閣)이요, 각신들은 전하의 사신(私臣)"이라고 꼬집는 상소를 올릴 정도였다.
정조는 그것을 부인 하지 못했다. 보복과 측근중심의 일방정치였던 것이다. 대신들의 불만이 들끓자 정조는 신하들에게 규장각을 세운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뿌리 깊은 음해세력 탓에 믿을만한 신하를 찾기 어려웠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대부들의 게으름을 질타하며, 맹자를 인용해 가며 측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측근이라고 특혜를 베풀지 않았음을 해명하며 차차 기용의 폭을 넓혀 갈 것을 약속했다.
봉건적 군신관계에서는 보기 드물고 보기 좋은 설득의 정치라 하겠다. 이런 군주 앞에 골수 야당이었던 이택징 조차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죄받기를 청하니 임금 또한 그를 용서한다. 설득의 힘이다.
이런 정조대왕의모습은 박근혜대통령도 닮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권력자가 남의 말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말 저 말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도 덕목일 수 있다. 대신 그 소신을 반대파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현대에는 이메일, 핸드폰 등 설득의 도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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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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