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로 정치판이 뜨겁다. 국정원 직원이 대선동안에 인터넷의 댓글을 통해서 야당에 불리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그동안 피를 흘리며 이룩한 민주주의 기틀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국정원 개혁과 대통령 사과, 그리고 여야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민주당은 시청 앞 광장에서 원외투쟁에 돌입했고, 수많은 지식인들과 시민들은 시국선언과 촛불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진상을 조사한다는 취지로 열렸던 국정원 청문회는 아무런 결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여당의 태도는 그야말로 가관이 아니었다. 국정원의 댓글이 대북심리전을 위한 불가피한 업무였다는 국정원의 앵무새 같은 논조를 옹호하기에 급급한 여당 위원들의 모습에 국회의원이 누구를 위한 공복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원장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명명백백한 위헌적 범죄를 두고 유신시대에나 가능한 이분법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진실을 밝혀 보여주어야 할 도의적 의무를 가진 자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이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로마의 원로원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지탄받아야할 오만함에서 기인한다. 셰익스피어의 ‘코리오레이너스’에서 원로원의 대표격인 메니니어스는 원로원의 특권적 입장에 대해서 “원로원은 혈관이라는 강줄기를 통해 정부 격인 심장, 국왕 격인 뇌에까지 음식을 공급합니다. 또한 신체의 온갖 통로와 조직을 통해 가장 강인한 근육에서부터 미세한 혈관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자양분을 공급합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발언은 매우 반민주적인 귀족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21세기의 한국의 국민들은 메니니어스의 독선적인 발언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불법적 선거개입을 하였다면 그것을 메카시즘적 폭력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은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통진당의 내란음모혐의를 발표하여 새로운 공안시대를 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제시하는 의문은 3년 동안 내사를 해온 사안을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터트리는 가이다. 국민들의 저항에 대해서 불온시하고 공포분위기로 잠재우려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메니니어스는 로마시민들을 평가절하하면서 귀족들의 우위성을 기정사실화하며 “로마의 원로원은 바로 이 무고한 위고, 여러분은 반란을 일으킨 다른 기관들인 셈이요. 이 나라의 안녕과 국민 복지를 위한 원로원의 충언과 염려, 여러 조치들을 정당하게 따져보시오. 여러분이 누리는 공적인 혜택 중에 그들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고, 여러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하나도 없지 않소“라고 질책한다.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통치자적 입장에 있지만 그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을 뿐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국정원은 국민들이 원하는 한도 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국정원이 진정한 민심을 반영하는 대선에서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또한 그것은 분명히 불법적인 행위이며, 그를 주도했거나 방조한 조직은 목적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개혁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이 위임하지 않은 불법적 사건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차제에 다시는 불공정한 대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국정원을 개혁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초기에 보여주었던 인사문제에서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면 로마 원로원 메니니어스와 다를 바 없다. 지금이라도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불법에 대해서 저항하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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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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