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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진 칼럼]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들

- 정치권과 권력기관은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3년 08월 04일
↑↑ 고영진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과 권력기관의 하는 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그들은 저지른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문제를 들추어내 잘못을 지적하는 상대를 흠집 내고 협박한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인양 호도하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여 속이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질책과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달을 보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달은 보지 않고 손톱 밑에 때가 꼈다며 트집을 잡아 싸우다가, 달이 지자 달을 찾아내라며 생떼를 쓰는’ 형국이다.

사건의 본질은 지난 대선에서 일부 국가기관과 고위직 인사들이 저지른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세 가지의 불법적인 행태다. 하나는 국가 정보기관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흘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써 선거결과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를 했느냐 하는 점이다. 둘째는 한 수사기관의 장이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적 정황이 적발되어 고발되었음에도 충분한 조사 없이 혐의 없음으로 발표했다. 이는 최근 검찰의 수사결과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적인 은폐가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는 비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회의록에 담겨있던 ‘전임대통령 NLL관련 발언’이 어떻게 유출되고, 내용의 왜곡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다른 문제들은 본질인양 호도되고 있지만, 사실은 ‘손가락의 때’와 같은 문제다. ‘전임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여부’는 국정원을 통해 공개된 문서로 국민이 확인하면 되고,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증발’의 문제도 검찰수사로 밝혀 법적책임과 도덕적인 책임을 물으면 된다.

국가기관과 국가 공무원은 정치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 그들의 역할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선거가 최대한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대선에서 국가 정보기관의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허위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여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주권행사를 유도하는 정치행위이며 국민들의 주권행사를 방해한 행위다. 명백히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법행위다. 이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대와 일부군인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여 자기들 맘대로 국가의 리더를 삼는 행위와 같다.

경찰과 검찰은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선거가 공정하게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경찰과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서 어느 한 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편파적인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큰 스포츠경기에서 경기가 원만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경기운영진과 심판들의 역할인 것과 같다. 만일 경찰이나 검찰, 선관위가 선거에서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집단에 유리하도록 관리하거나 불법에 대해 편파적인 판정을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주권 행사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행위로 철저하게 밝혀 재발되지 않도록 처벌돼야 한다.

전임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서의 NLL관련 발언이 지난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그러나 전임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포기발언을 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비밀문서로 분류돼 볼 수 없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구체적인 내용이 유출돼 선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유출돼 활용된 것도 문제지만, 내용의 왜곡이 있었다면 더 큰 문제다. 유출한 것도 불법이고, 내용을 왜곡하여 상대 후보 공격에 활용했다면, 이는 거짓된 정보로 국민의 바른 주권행사를 방해한 중대 범죄이다.

공개의 이유와 타당성, 법적인 정당성, 진본 여부 등의 문제는 별개로 하고, 국가 정보기관에 있던 NLL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누구나 볼 수 있는 문서로 공개됐다. 이제 전임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했는지의 여부는 그 문서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국가기관, 정치인, 언론들이 나서서 일일이 해설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판단이 끝났다. 그 결과는 국민들이 냉혹하게 다음 선거들에서 반영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 국민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고다. 우리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지, 말도 안 되는 해설을 내 놓는 비양심적인 정치가, 고위직인사, 언론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 아니다. 국민을 만만하게 보고 주제 없이 가르치려 나서지 말라는 말이다.

최근에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국가 정보기관의 몇몇 인사들이 국민의 주권행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있었음을 발표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지시한 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엄청난 범죄를 주도한 수장을 불구속기소 한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시를 받아 불법행위에 가담한 하위직 인사들을 조직상 상사의 지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위라며 기소조차 하지 않은 점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다. 그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든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 법에서도 그와 같은 논리에서 ‘살인죄’와 같은 경우 ‘살인을 교사한 사람, 살인 교사를 받아 살인을 한 사람’ 모두가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가. 만일 하위직 인사들이 직접 수행한 불법적인 행위를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다. 검찰이 나서서 조직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 학생들까지도 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진 나라를 물려받을 수 없다며 시국선언을 하고 촛불을 드는 상황이다.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주권이 훼손되고 유린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의 잘잘못을 정확히 알고 있다. 지금 그것을 고칠 것을 주문하고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그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집단과 사람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집단과, 그 정치집단에 아첨하여 그들이 던져주는 티끌만한 권력에 취해 그들의 요구대로 춤추는 일부 고위직 인사들뿐이다. 그들은 천년만년 같은 자리에서 영원히 대대손손 같은 영화를 누릴 것 같은 착각에, 자신이나 후손이 주권을 유린당하고 빼앗겨 노예나 다름없는 백성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그들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 왕조시대의 왕과 귀족으로 태어나 고귀한 신분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국민주권 훼손에 앞장서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법행위를 자행한다. 이는 시대 퇴행적 사고에 빠진 바보들의 행태다.

고영진 /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3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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