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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남북통일과 화해가 계산적 원칙만으로 풀리겠는가

[박정근 에세이] 남북통일과 화해가 계산적 원칙만으로 풀리겠는가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2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필자는 우연히 함동선 시인의 분단시선집 『한 줌의 흙』을 선물로 받았다. 함동선 시인은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의 고향은 사실 38선 이남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가버렸다. 그가 고향에 남기고 온 어머니는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눈물과 함께 자동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그 어머니의 나이가 시집을 낼 시점으로 118세였다. 시인은 남한으로 내려와 사회적으로 교수이자 시인으로 성공하였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은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가을 사설’이란 시에서 “물이 되어 만나거나 비가 되어 만날 수밖에 없는 우리 /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가운가 / 오늘 남북회담의 말투에서 / 귀에 익은 억양을 되찾고 누른 / 카메라 셔터에 돌자갈밭을 따라 / 소금쟁이가 그리는 파문이 없었더라면 / 그것은 영락없이 널어놓은 푸른 천인 / 어릴 적 개울물이 보인다”라고 노래한다.

이러한 절박감에 싸여있는 자들이 개성공단 사업자들이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을 믿고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고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며 사업을 펴왔다. 하지만 박왕자 피살사건 이후로 악화의 길을 걸어온 상황에서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후 당국자와 언론이 그에 대해 불경스런 말을 했다는 빌미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아걸고 말았다. 박왕자 피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자 북한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접었던 바 있다. 하지만 남한의 사업자들의 이권과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란 상호 호혜의 관계로 개성공단만은 지속되었었다. 하지만 개성사업단과 노동자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당국자들이나 주변 언론들의 자극적인 말들이 씨앗이 되어 이번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문제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회담들이 6차에 걸쳐 있었지만 남북한 당국자들의 책임 없는 공방으로 인해서 좌절을 계속해서 맛보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사업단들이나 북한의 노동자들은 사업상 절박한 상황에서 하루 빨리 공단의 문을 활짝 열고 싶은데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남한의 대표와 김정은에게 불경스런 말을 하지 말라는 북한 대표들의 이념적이고 정략적인 의견의 차이가 문에 자꾸만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런 경직된 태도는 박대통령이 주장하는 ‘원칙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다분히 북한의 핵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유지와 관련된 핵문제가 개성공단 재개와 맞물려서 해결할 수 있는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일찍이 개성공단은 북한 사회 속으로 자본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어서 북한의 폐쇄적인 문을 부수고 국제사회에 개방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지 않았는가. 남북의 문제는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원칙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독은 끊임없는 구애와 관용의 물결을 동독에 흘려보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남북의 분단을 뛰어넘는 민족애와 인간적인 유대에 대한 상상력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함동선 시인은 ‘아들아. 2’라는 시에서 아들로 하여금 분단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북의 할머니를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한 줌 고향의 햇살’을 통해서 상상의 만남을 하게 한다. 그 따뜻한 햇살은 고향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어머니와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한테 피처럼 진한 데 없다는 걸 알았을 때 / 집에서나 거리에서나 시장에서나 / 평생 남을 바래다주시고 / 손을 흔들어 주시는 할머니를 만나는 법이다”

남북은 결코 당국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국자의 원칙으로 남북한 민중들의 갈망을 제한해서도 왜곡시켜서도 안된다. 민족끼리 자연스럽게 흐르는 정과 사랑의 강물을 당국자의 주관적이고 독선적인 이데올로기로 재단을 해서도 안된다. 며칠 전 열렸던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자 북한의 선수들이 승리를 함께 축하하고 관중들이 북한의 우승을 축하하는 것은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남북통일은 시시콜콜 덧셈 뺄셈을 하려고 하는 당국자들의 편협한 정책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장기적으로 북핵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전략 속에서도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 개성공단 기업협회 회장 한재권씨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울분으로 통탄하면서 “지난 4개월 간 정부가 한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질타한 바 있다. 당국자들은 그들의 가슴에 끓는 분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백두산 등반을 하면서 집안시에 들려 압록강 저편에서 강물에 몸을 씻고 있는 북한 농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압록강을 바라보며”라는 시를 지어보았다.


그대여
한반도 북단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압록강 건너에서
정겹게 손을 흔드는 그대여

한여름 옷을 벗고
노동의 땀을 씻는
그대의 허연 젖가슴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싶소

그대와의 정겨운 사랑을
잃어버린 지 어언 60여년
살가운 그대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부르고 싶은 그대의 이름마저
떠오르지 않소

비운의 배필로 떨어져있었던 시간들만
가슴에 파편으로 남아있을 뿐
차가운 이념의 옷으로
다시 감추는 그대의 알몸

우리의 선조대왕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호령하던
집안시 압록강 강가에서
너와 내가 사랑을 나누던 영과 육이
춤을 추던 그 강가에서
이별의 눈물을 삼켰소

화려했던 먼 역사의 영광이 빛을 바래고
되살아날 우리들의 재회가
머나먼 꿈을 뿐이라면
낡은 이념의 옷은 벗어 버리세그려

백두산 천지에서
호돌과 웅녀의 나신으로
덩더쿵 뜨겁게 사랑하세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 회장, 윌더니스문학 발행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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