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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는가


이상창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2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오랜만에 촛불집회가 열렸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직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열리는 촛불집회이다. MB 정권하에서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효선이 미순이 장갑차 압사 사건 촛불 집회에서 보여주었던 시민들의 직접 참여 민주주의가 다시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측은 민변, 참여연대, 다음 아고라, 진상규명시민모임, 사회진보연대 등으로 진보성향의 단체들이다. 본격적인 촛불 집회 전에 열린 거리강연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진선미 민주당의원,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가 ‘국정원 사건, 진실과 정의를 위해’라는 주제로 발언에 나섰다. 이 강연에서 표 전 교수는 “이번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워터게이트 사건, 3·15 부정선거와 같은 정부의 부당한 선거 개입과 정치 공작과 다를 바 없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위법성의 심각함을 부각시켰다. 특히 그는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 실시해주세요!’ 청원서에 10만 273명의 서명을 받아 새누리당에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집회는 시민들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함으로써 박근혜 정권하에서 민주주의의 실종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현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뇌관임에 틀림없다. 국정원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김정일과의 회담 기록물을 전격적으로 공개하여 국정원의 대선개입문제를 희석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213개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원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회의’를 구성하고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촛불집회‘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5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정원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그들이 지난 대선에서 벌인 댓글달기 전략이라는 “심리전은 군사ㆍ정치ㆍ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적군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국정원이 국가 안보라는 본래의 존재 목적을 저버린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은 실제로는 국민을 적군으로 삼은 전쟁이었고, 나아가 헌법과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는 위헌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진단은 국정원 대선 개입이 미국의 워터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한 위법적 사건이라는 인식에서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군사정권의 독재정치라는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 6월 항쟁에서 넥타이부대라는 시민들의 참여로 인해 체육관 선거가 아닌 대통령 직선을 쟁취한 바 있다. 대통령 직선이란 국가정보기관에 의해서 조작되는 선거극이 아니다. 그것은 공정한 룰에 의해서 국민들의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선거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을 가장한 정보원들이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댓글로 심리전을 펼쳐 민의를 왜곡했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국민들은 완벽하게 우롱을 당한 격이 된다.

지금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서는 것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겨우 살려낸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NLL에 대한 노전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얄팍한 술수를 써서는 안된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일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상당부분 외교적 수사인 것도 있고 그것이 실행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않았는가. 외교적 실례를 무릅쓰고 회담기록물을 공개하고 문제시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를 자행하는 비인간적 처사라 할 수 있다.

시국강연에서 표창원 전 교수는 국정원의 행위에 대해서 “정부에 쓴소리 하면 종북이라고 낙인찍고, 심지어 정당까지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며 우리 가족들이 비판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종북으로 몰았다”고 정부의 메카시즘적 행태를 공격하면서 “남북 분단도 서러운데 남에서조차 반으로 나뉘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표 전교수의 발언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아직도 냉전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조작하려는 독재정권들의 수법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발전에 대한 정책대결에 의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 하지 않고 남북갈등과 지역주의를 이용해서 정권을 잡으려 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이상창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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