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에 가면 ‘여성봉’ 어머니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한데 누워 계신다. 짓궂은 발걸음이 아니기를 빌었다. 함부로 나의 어머니를 대하지 마라, 낄낄대는 저 딸년 같은, 아들 놈 같은, 인간들아! 나는 너희 어머니다.
한밤중에 뒤척이다가 창문 밖을 어슬렁어슬렁 내다봤다. 지붕 위에 걸린 달빛이 처연하다. 어머니의 눈썹 닮은 달그림자가 소리 없이 내려앉고 있었으니 어머니가 붉다.
오늘은 그녀의 월수(月收) 찍는 날 구름에 가린 달빛 때문에 우물이 컴컴하다 달이 차면 기우느니, 우물은 우울증에 어지럽다 그녀의 첫 월수 날은 선홍빛 어린 봄날 동백꽃 초경처럼 덜컹 겁이나 서럽게 울었고 수줍던 가슴엔 여린 꽃망울이 피었다 지금은 탱탱하게 여문 늦은 가을밤 겨울이 걱정되어 또 서럽게 울었다 월동준비에 허리가 아프고 아랫배가 아파 사랑이 아파온다, 성숙하게 우물 안에 달은 기억의 샘이다 밝은 동굴이다 동굴을 왕래하는 바람 소리는 지아비가 찾고 있는 두레박 숨소리이다 찰랑찰랑 보름달이 기울고 달거리 유효기간이 끝났다 싶더니 우물단지에 연꽃처럼 가섭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인 그녀의 월수는 이젠, 초승달을 찍고 시각처럼 흘러가는 그믐달 나룻배 같은 동백꽃 월삭(越朔)이다. - 시(詩) 달거리[전문]
나는 어머니를 위해 ‘달거리’를 노래하며 당신을 경배하였다. 한 달이 지나가고 또 한 달이 돌아와 달거리는 시작이다. 당신의 이 나이에 난소주기가 일기예보처럼 정확하다니 놀랍다. 여자의 평균 초경 연령은 13세 전후다. 사춘기는 초경 연령보다 1년 앞선 12세이며 대부분 여자는 사춘기로부터 약 30-40년의 가임기간 동안 대략 400번의 달거리를 하고 나면 난소기능이 약화되어 40세부터는 임신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50세 전후로 폐경을 맞게 된다.
폐경의 정의는 갱년기(change of Life)에 발생하는 마지막 월경주기를 의미한다. 갱년기 증상에는 얼굴에 홍조 현상, 질의 건조, 골다공증과 같은 신체적 변화와 우울증, 현기증, 허탈감, 불면증, 신경과민 따위의 심리적 현상이 있다. 폐경이후 10년에 걸쳐 음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우선 불두덩의 거웃이 듬성듬성 빠지고 음순이 얇아져서 탄력이 떨어지고 클리토리스가 더욱 노출되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지만, 실제의 크기는 줄어든다. 질은 갈수록 짧아지고 좁아져서 성적 자극에도 분비물 생산이 저하된다. 이런 현상은 폐경 뒤에 오랫동안 성관계를 기피한 여성에게도 흔히 발생한다.
특이한 것은 여자들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폐경전과 다름없이 성욕이 크게 감퇴되지 않으며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갱년기의 여러 질환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골다공증이다. 뼛속에 작은 구멍들이 생겨 뼈가 푸석푸석해지는 병이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칼슘이 든 음식물 섭취와 등산, 에어로빅, 걷기와 같이 체중을 실어주는 운동을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후현상은 자연현상이기에 감히 그 누구라도 거스를 수 없다.
갱년기는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40대 후반이면 여성만큼 급격한 호르몬 손실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절반가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남성 갱년기(Andropause)가 시작 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을 잃고 성기능이 저하되고 성교 횟수의 감소는 물론 매력적인 여성을 보아도 성적 흥분이 생기지 않는다. 근육이 위축되어 근력이 떨어지고 체지방이 증가하며 사지는 마르고 복부에 살이 찐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소하며 피로가 쉽게 온다. 골다공증이 생겨 골절이 되기 쉽다. 특히 골반 골절에 따른 사망률이 여성보다 3배나 높다하니 남성들이여! 조심하시라.
남자의 갱년기는 더럽다 아랫배가 아파오는 것도, 허리가 아파오는 것도, 젖멍울이 아파오는 것도 아닌데도 무언가 있다. 갱년기 인사법의 각도가 샐쭉하다 고개 숙인 그 남자, 딱해서 어떡하나 독사 같은 마누라의 메밀 눈만 반짝인다. 아랫도리 힘 빠질 때만 기다렸다던 벼르고 벼른 화상들, 생게망게하다 사방 군데 숭숭 뚫렸다.
소심한 의식을 거부한 채 탱탱했던 청춘은 오그라들고 욕망은 수양버들처럼 흔들거린다. 허나, 마음 너머 하해와 같은 성은에 고개 숙인 숙성한 무의식은 거부한다. 새로움의 힘 세워보지만 기둥은 수평이다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세월의 반란 같은 깜빡이는 서글픈 불빛은 사랑의 윙크이요 이명의 소리는 성숙함의 눈칫밥이다.
남자의 갱년기는 더럽다 아랫배가 아파오는 것도, 허리가 아파오는 것도, 젖멍울이 아파오는 것도 아닌데도 무언가 있다. - 시(詩) [남자의 갱년기] 전문
요즈음 나는 갱년기가 틀림없다. 늘 피로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기억력이 스멀스멀 사라지고 까마귀 고기를 즐겨먹는다. 정신력도 무기력하다. 오늘 아침에도 까마귀 살코기 한 점 먹었다. 까마귀 고기 맛은 까먹는 맛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 까마귀 날갯죽지를 뜯으며 1층까지 내려갔다가 도로 17층을 올라왔다. 까마귀 고기 맛에 정신이 팔려 휴대전화기 뿐만이 아니라 내 눈알까지 두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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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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