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이웃사촌’이 좋다고 말한다. 피를 나눈 혈육보다 가깝게 사는 이웃이 더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말일 것이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 가족으로 고락을 같이 하던 형제가 분가 후 툭하면 유산문제나 부모 봉양문제로 다투기 일쑤다. 남북은 으르렁거리는 형제를 닮은 것인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 민족이 몽고나 일본에게 고통을 당한 것은 형언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선린이라고 오래된 원한일랑 잊어버리고 공존하자고 주장하지 않는가. 물론 먼 상처보다 가까운 상처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육이오를 기점으로 끊이지 않았던 북한의 도발과 최근의 연평도 폭격과 천안함 사건으로 골이 깊게 패이고 만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남북은 고구려가 자신들의 지방정부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한국을 깔보는 일본 사이에 끼인 채 피를 흘리며 싸우는 형제처럼 스스로 자해행위를 하는 것 같다.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맞는 기분이다. 박왕자 피격 사건을 기점으로 남북화해 사업이었던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의 문이 닫혀 답답한 상황에서 남북 정부의 실무접촉이 9일 오전 10시에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고 발표하였다. 양측은 10일에 국장급 3명이 실무접촉 대표로 나서 실무접촉을 가졌다. 참으로 잘된 일이다. 금방이라도 미사일로 서울을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북한의 위협이나 몇 배로 보복하겠다는 국방부의 반복된 살벌한 보복 분위기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을 쓸어내는 기분이 드는 것이 바로 국민들 마음이다.
우리정부는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기 전에 실무접촉을 9일 개성에서 열자는 북한의 제의를 환영하면서 같은 날 오전 10시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접촉하자고 수정 제의를 한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성사되었다. 북한이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회담을 하는 것을 수용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라고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중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한미중의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소외될 것을 걱정한 북한이 서둘러 이러한 제안을 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타당하고 합리적인 분석이다. 국제정세와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측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그런 냉소적인 시각만을 가지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듯이 남북한 신뢰구축을 위해서 이번 회담을 활용해야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남북은 9일 실무접촉에서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인 장관급 회담에 관한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의 실무적인 문제를 우선 다루고자 하였다. 남쪽은 이번 접촉을 ‘행정적·실무적 문제 협의’로 국한하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의 재발 방지, 이산가족 상봉을 안건으로 요구하였다. 북한은 6.15, 7.4 공동행사를 요구하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회담의 실리적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너무 경직되고 상반된 자세를 고수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해치면 그것 또한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국민들이 하루빨리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이슈들을 상당 수준으로 이끌어내어 당국 간 회담에서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양측이 이에 대해 큰 이의가 없다고 하니 오랜만에 기탄없이 싸우던 형제들이 마음을 풀어놓고 민족의 제단 앞에 감동의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실무 접촉과 장관급 회담 수준의 당국 간 A회담으로 거침없이 나아가 햇볕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거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햇볕정책이 누구의 발상이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라는 형제가 열강들 앞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지 말고 본래의 형제애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지 않은가. 바로 진정한 형제애의 회복이 햇볕정책의 본질이다.
북한 또한 체제에 대한 불안으로 핵을 고집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남북한이 함께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미 중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핵 위협으로 경제 보상을 받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남북한이 손을 맞잡고 수많은 ‘개성공단’식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면 북한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이 원하는 강성대국을 건설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형제가 싸우는 전쟁준비를 하느라 민중들의 배를 곯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