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매일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최고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여 인간을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도 반인륜적인 일이 다반사라면 그게 최선의 이데올로기인가 반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전에는 나이어린 판검사들이 그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에 도취한 나머지 부모뻘 되는 피의자들에게 막말하는 사건 때문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인간이란 권력관계나 경제적 종속관계를 인간관계와 구분할 줄 알아야 소위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한 부문의 지식이나 기능이 앞섰다고 나이를 초월해서 상하관계로 오인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지 않은가.
이번 남양사건은 자본의 권력이 윤리 도덕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망치고 있는가를 여실히 주었다. 본사 영업사원들이 나이가 훨씬 많은 대리점 사장들에게 강매행위를 했을 뿐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는 사장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갑이고 대리점은 을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게 책임량을 강제로 부여하고 팔지 못하더라도 대리점이 그 손해를 감수하라고 윽박지른 것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원리에 의해서 움직여야 되며 그렇지 못하면 강자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파쇼주의나 다름없다.
이런 사실을 접한 네티즌을 중심으로 많은 국민들은 자본권력의 횡포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들도 가세하여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검찰과 공정위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수사와 조사에 착수하였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남양유업측은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남양유업은 제품 밀어내기와 이 과정에서 빚어진 폭언파문에 대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해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한 그는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진행 중인 진상조사와 수사에 협조할 뿐 아니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조치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연이어 회사 측은 '대리점 지원방안으로, 대리점의 영업현장 지원 확대,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 제도 도입, 대리점 고충처리기구 도입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의 사과와 약속의 진정성을 믿기에는 문제가 있다. 자본권력인 남양측은 왜 이런 호혜의 정책들을 미리 내놓지 않고 사후약방문처럼 여론의 질타를 받고나서야 팔을 걷어붙이는 것인가. 회사측의 진정성을 오해할만한 사건은 욕설 파문 발생 즈음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보유 지분 일부를 매도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보유주식 6583주를 처분함으로써 약 70억원을 확보하였음이 밝혀졌다. 이런 행태는 오해의 소지를 넘어서 불법성의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고소와 맞고소가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고의로 주식을 처분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고의성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옛 속담에 “참외밭 옆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아라”란 말이 있듯이 그의 행위는 문제해결은 커녕 그의 사과의 진정성조차 믿기 어렵게 만드는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갑을 관계에서 돈과 힘만 믿고 자신이 항상 갑이라고 믿고 오만한 짓을 저지르는 못난 갑은 그동안 쑥 자라버린 시민의식을 깨닫지 못한다. 남양은 도덕과 윤리적 관계에서도 갑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민사회는 시민이 갑이고 시민의 지갑에 의존해서 사업을 하는 자본권력들이 을이 되어서 지금까지 누려온 특권을 내려놓고 겸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대리점이 없이는 남양 같은 대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 때까지 저지른 오만한 행태에 대해 반성과 질책을 가해서 건전한 기업정신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모든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을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민정신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돌아가려는 정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필자는 자본주의의 세속성을 초월하고자 하는 고은 선생의 “화살”이란 시를 적어본다.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꿇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십 년 동안 누린 것 몇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을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