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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60] 돈의 관계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08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돈이란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물건이 맞긴 맞다. 하지만 돈이 인생 전부는 아니다. 나는 돈 걱정 없다는 사람들 보면 그가 고도의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걱정 없이 산다는 사람은 아직 한사람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걱정 없다는 사람들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돈을 너무 멀리하지 마라, 너의 처자식이 천대받는다.” “돈이 있으면 두렵고, 돈이 없으면 슬프다.” 돈에 관한 속담 한 토막이다. 역설법인가? 비유법인가? 나도 돈에 관해서 한마디 하면 “돈을 가까이하라 너의 처자식이 존경받는다.” “돈이 있으니 행복하고 돈이 없으니 불안하다.” 직설법 어떠한가? 맞는 말인가? 사람들은 부자를 괜히 싫어하지만,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존경할만한 부자들도 많다. 그러니까 부자라서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바른 생각이 아니다. 요즈음 부자는 ‘행복한 부자’와 ‘불행한 부자’로 나뉜다고 한다. 누구나 부자 되기를 원한다. 부자들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가난이 왜 죄인지? 새겨봐야 한다.

부자와 가난,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다. 한때 가난이 존경받던 시대가 있었다.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돈이 싫다는 시대, 가난이 청빈의 척도인양 우러러보았던 시대, 하지만 지금, 가난은 개뿔이나 마찬가지 신세로 전락했다. 존경은커녕 죄가 되는 세상이 됐으니, 돈에 대한 가치의 차이이겠지만, 돈 없으면 멸시당하고 부끄러워진단 말이다. 원래 가난(貧困)은 부끄럽지 않았는데 가난한 자가 약점인 세상이 되고 보면 세상은 몰라보게 변모했다.

가난(貧困) 때문에 몸과 마음이 궁핍하여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사람들로부터 멸시당하고 좌절하게 된다면 세상은 불공평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가난의 그 중심에 돈이 관련된 것이 분명하다. 돈, 그대는 무엇이 길래? 사람들 애간장을 태운단 말인가, 돈은 삶의 수단으로서 필요악이면서 필요 선이다. 우스갯소리로 돌잔치에서 한 살배기가 만 원짜리 지전을 잡으면 그 아이의 부모는 물론 하객 모두가 좋아한다. “고놈! 돈맛을 아나 보네.” 사람들은 돈에 대하여 왜 이리도 집착할까, 돈은 욕망 중 으뜸이기 때문이다. 연필을 잡으면 “고놈! 쪽박 차겠네.”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돌배기 아이가 무엇을 안다고, 돈의 욕망을 심어주는 것일까?

돈이란 묘해서 양심(良心) 없는 사람이 돈 잘못 만지면 독이 되고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양심 있는 사람이 돈 잘 만지면 신성하고 고귀한 청부(淸富)가 된다.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 굴러 들어온다고들 한다. 세상은 돈에 울고 돈에 웃는 거대한 돈 세상이다. 돈에 눈이 멀면 불행해지고 정당하게 번 돈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럼 내 수중에 얼마만큼 돈을 가져야만 돈 욕심이 없게 될까, 돈이 없어 한 끼 끼니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를 가난이라 해도 될까? 아니면 빈곤일까. 가난 때문에 빈곤 때문에 며칠간 굶어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겠지만, 도둑질은 절대 안 된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악을 써서라도 살 궁리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나는 돈 때문에 한때 고생 많이 했고 걱정도 많이 해본 사람이기에 돈에 관해서는 철저하고 명확하다. 나와의 돈 관계를 해본 사람은 ‘돈 관계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란 걸 잘 안다. 여러 사람과 돈 관계를 하다 보면 돈 관계가 흐릿하고 개념이 없는 사람들을 본다. 약속은 밥 먹듯이 어기고 거짓말로 새끼 치고 이 핑계 저 핑계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지만, 결국은 수렁에 빠지고 마는 인간들더러 보아왔다. 내 돈 떼먹고 잘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하다. 신용사회로 가는 첫걸음도 돈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말로는 신용사회를 외치지만 막상 신용거래를 해보려고 하면 신용보다는 돈을 우선시한다. 웬만해서 담보물 없이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곳이 은행이다. 돈 떼일까 봐서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두 번 돈 떼여보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을 거다. 액수와 관계없이 친인척이나 친구, 거래처 아니면 사기꾼에게 돈 떼이고 정말 ‘후회막심’했던 얼굴들의 몸서리가 보인다.
나는 거래할 때도 돈 관계를 우선시한다. 상품을 사고팔고 하는 것도 결국은 돈과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팔아서 물건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그 장사는 헛장사인 셈이다. 이런 경험은 사업하면서 뼈저리게 체득했다. 돈 때문에 문을 닫을까 말까를 수백 번 되뇐 적도 있었다. 이 어려움을 고생 끝에 극복하고 얻은 것은 돈에 대한 확고한 개념 설정이었다. 사람들은 대게 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거짓말하지 돈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라는 결론이었다.

돈 논쟁 때문에 친구와 언성을 높인 적도 있다. 돈이 거짓말한다는 것은 돈에 대한 모독이요. 인격에 대한 의심이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돈이 거짓말한다는 사람치고 돈 개념이 명확한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돈에 관한 한 이러한 나만의 똥고집은 유효기간이 없다. 돈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더라면 나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벌써 도망쳤어도 몇 번은 더 도망쳤을 것이다. 내 돈 떼먹고 도망친 이상한 사람들처럼 태평양에 꼭꼭 숨었을 것이다.
돈은 없어도 살고 있어도 산다는 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돈 걱정을 하고 있다. 올바르게 돈 걱정하는 지혜를 모으는 것도 내가 사는 행복일 수 있다. 지금껏 돈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것만 해도 나 자신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 옛날 신혼 초 박봉이던 육군 대위 시절 아버지께 돈 30만 원 빌린 적이 있었는데 그 돈을 갚지 못하여 아버지로부터 사랑의 독촉장을 우편으로 받은 적이 있다. 죄송스러워 답장을 못 해 드린 것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사업한답시고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를 맞고 눈앞이 캄캄할 때 장인어른께서 기천만 원을 빌려주셨다. 차용증을 장인어른께 내밀 때 “어, 자네 이 차용증은 뭔가!” 놀라시던 그 모습이 눈에 밟힌다. 나는 두 어른의 산소를 찾아뵐 때마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돈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신 분들이다.
아직도 걱정인 것은 돈의 위험 요소가 우리 사회 곳곳에 덫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저곳에 나붙은 돈 빌려준다는 대출광고, 인터넷 사기행각 등 기성을 부린다. 직장인 신용대출, 공무원 군인, 학생 주부 무담보로 한 시간 이내로 돈 빌려준다는 대출 광고를 본다. 휴대전화기도 e-메일도 팩시밀리도 온통 돈 빌려준다는 이야기다. 이런 곳에서 고금리로 돈 빌리는 사람은 부자가 아닌 오갈 때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난한 사람들 등쳐먹고 사는 고금리 악덕업자가 버젓이 활개치고 성행하는 사회가 진정한 공평 사회인지 가슴 아프다. 돈의 관계도 기본이 있고 도덕이 있는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한 개인, 한 가족, 한 나라는 돈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뒷돈이나, 검은돈이나 뒷거래는 정상적인 돈의 관계가 아니다. 이런 돈의 관계는 언제든지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요즈음 우리는 탈 난 사람들을 자주 본다.

물질 만능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돈 걱정 잘하고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 초연해질 때 돈으로부터 해방돼 홀가분해지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은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다. 산골에서 홀로 염소를 키워 모은 전 재산을 후학을 위해 시골 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한 염소 할머니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포근하고 따뜻하다. 일명 ‘염소 할머니’ 정갑연 봉사상의 첫 시상식이 열려 고교생 2명에게 첫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우리 사회에 염소 할머니처럼 돈 제대로 쓸 줄 아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 우리 모두 부자 돼 달라고 ‘플로토스(plutus)에게 빌어나 불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피땀 흘려 번 한 푼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김형출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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