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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오월이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4월 30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한국인으로서 오월이 오면 가슴이 아파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화 사회는 독재와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온 몸으로 투쟁한 분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한국이 원래부터 존재한 것으로 오해하여 민주화 운동의 선배들에 대해서 존경과 경외의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수많은 노동자들과 민주화 운동가들이 피땀 흘려 노동을 하여 산업을 일구고 군사독재의 부정의에 대항함으로써 현재의 한국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현대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그 당시 시민들은 비민주적인 억압과 탄압으로 어떤 자들은 죽음으로, 어떤 자들은 옥고로 희생을 치루어야 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난과 궁핍에 시달렸던 시민들이 배고픔만 면하게 해주면 구세주로 떠받들 만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혁명적 가치를 위해서 목숨을 내걸었다는 것은 한국인만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 투쟁에 참여했던 자들 중 일부는 여야를 떠나서 정치의 일선에서 권력을 향유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시민들이 그들의 도덕적 우위성을 인정하고 시민들의 민주적 가치의 대변자로 내세운 큰 뜻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와 거리가 먼 것을까. 여전히 권력자들은 부패의 늪에서 헤매고 있고, 시민들은 양극화 현상의 볼모가 되어 허둥대고 있는 것인가. 5.18의 위대성은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권력투쟁이나 이념투쟁에 치우치지 않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폄하해서 매도하는 ‘폭도’나 ‘반역’, ‘간첩’ 등의 비유와는 거리를 둔 채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5.18 정신을 바로 세우고 대대로 물려주어야할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불순 세력이 이용해서 무법천지나 불법적 해방구로 만들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민주화 운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절제와 극기로 질서를 잃지 않았던 그 시민들은 세계 어느 혁명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신이다. 지금도 지역감정을 이용해서 쉽게 권력을 획득하려는 정치인들이 횡행하지 않는가. 그들은 살신성인의 혁명 정신을 보여주었던 민주화 운동의 선배들에게 시커먼 속셈을 내놓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봄비가 내리는 지금 필자는 그 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거나 노동현장에서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궁핍을 자원한 사람들의 눈물을 본다. 지금의 풍요가 결코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한 권력자들의 공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다. 봄비는 촉촉이 내려서 대지를 적시고 들판에 녹색의 바다가 넘실거리게 만들 것이다. 지금 봄비는 노동자들의 측량할 수 없는 눈물이 지금의 풍요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가능하게 하였다고
속삭이면서 내리고 있다.

이제 오월이 와서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다시금 그들을 생각한다. 신자유주의가 길들여놓은 허구적인 사고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가를 반성하게 한다. 내가 능력이 남보다 출중해서 내가 누리는 넘치는 풍요는 당연한 나의 공이요, 권리라는 개인주의와 가족주의의 허위성을 깨닫는다. 그것들이 지구촌의 우리 사회 속에서 얼마나 잔인하게 풍요 속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는가. 겉만 번지르르한 풍요는 봄비가 지나고 나면 땅바닥에 나둥그는 벚꽃과 같지 않은가. 필자는 풍요의 시대에 내리는 봄비 속에서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의 희생자들의 눈물을 본다. 그리고 봄비 속에서 재생하는 그 슬픔의 눈물에 대해서 ‘봄비’라는 시를 적는다.

네가 떠난 봄날이
혁명불길로 타오르던
뜨거운 너의 가슴처럼
따뜻한 봄볕으로
앞뜨락에 내리다가
사월이 다가도록
변덕을 부리는
꽃샘추위와 함께
너는 몰래 돌아오느냐

술에 취해
너의 발자국 소리를 따라
술집을 전전하고
골목을 돌고 돌다
밤을 하얗게 새우고
돌아오면
'이제 오냐?"고 나를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 속에 묻어서
나를 나무라느냐

돌아오는 길에
집이 하숙집이냐고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훌쩍거리는 아내의 눈물이
어느덧 봄비로 변하더니
고향집 장독대 돌 틈 사이로
피어오르던 민들레가 되어
얼어붙었던 가슴을 휘집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 속에
펼쳐지는 쓰리고도 달콤한
봄꽃과 봄비의 사랑이어라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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