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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시인, 세 번째 시집《낮달의 기원》출간

- 그의 ‘세 개의 자화상’, 자아를 모색하다
이상창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01일
ⓒ (주)포천신문사
자화상은 대상을 자신으로 제한하는 집약된 창조다. 세계의 철저한 배제와 함께 자신의 일부분(얼굴)만을 선택하는 특수한 기술(記述)이다. 세계로 향한 시선이 나에게 되돌아옴에 따라 나는 세계를 대신하는 대상이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요약된 세계상인 것이다. 나르시시즘에 기초하지 않은 자화상이 있을까. 그러나 세계의 배제와 함께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 속에는 공정치 못한 판단이 간섭할 수 있다. 어쩌면 나르시시즘의 반동적 지각에 의한 냉소와 각성과 객관적 시선을 앞세우는 지나친 성찰과 회오들.

거울 속을 들여다본다/동공 속엔 내가 태어난 동굴이 있고/동굴 앞에 우물도 보인다/우물 안에 달빛이 차오르고 태양이 빨려들었다/꽃이 피고 지고 밤낮이 오가는 길목에/ 나목 같은 나잇살이 차오르면서 또 하나의 나를 본다/삶과 죽음에 관한 밀담과 비밀을 움켜쥐고/매일 거울 앞에 서서 죽은 가면 썼다 벗다/반복하며 나는 나를 자해(自害)하며/의문이 많은 내 영혼을 읽으려고 애쓴다/가끔은 어디론가 이탈하고 싶은 비장한 충동과 탐욕스러운 욕구/안에 갇힌 나는 운명적인 내 몫에 포섭되었다/
―「자화상」 부분

이번 시집의 세 국면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자화상」은 시인의 삶을 요약하며, 또 자기 인식 과정과 시의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을 구획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과거 삶에 대한 반추에서부터 미래의 시간, 특히 죽음에 대한 사유에까지 이른다. 청춘의 자화상과 다른 점은 시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다. 「자화상」 1에서는 먼저 노후해가는 육체에 대한 서글픔,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선 속에는 회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벌써, 라는 엊그제 한 말」, 「망각을 남기다」, 「나를 고발하다」에서처럼 자기성찰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결연한 다짐이 있다.

「자화상」 2의 국면은 욕망하는 자아를 직시한다. 거울을 매개로 의식하는 자아와 거울에 투영된 자아로 분리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욕망하는 자아가 부각된다. “그대는 누구냐?/그대는 나다, 나는 그대”라는 문답을 통해 자아는 “욕망의 수배자”이며 “욕망의 소유자”임을 인정한다. 욕망의 주체이기는 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갈등하는 자아는 볼품없는 ‘청개구리’다. “착각의 표류자”, “복제된 가짜”로서의 가차 없는 자기 판단은 이후의 심리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 김형철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자화상의 세 번째 국면은 삶과 시에서의 궁극의 꿈을 그리고 있다. “비워야지 털어내야지”(「자화상」), 구축하고 축적하는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로의 꿈. 그것은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후에 더욱 강화된다. “눈 감고 먼 곳 나의 집을 보”는 「파묘」의 경험과, 직접 죽음의 시간을 호흡했던 「그 남자의 방」 507호 병실. 소멸과 소생의 강렬한 체험은 이후의 삶을 재조정하며, ‘날개-꿈’에 몰두하게 한다.

김형출 시인의 자화상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삶과 우주의 원리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이성적 자아와 근원으로의 회귀를 욕망하는 자아, 모든 분별심 너머의 자유를 꿈꾸는 자아를 보여준다. 세 국면의 자아는 분명하게 분리되거나 순차적이지 않다. 시인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충동하는 힘이다. 시는 세 국면의 자아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데, 이성적 자아와 소멸을 꿈꾸는 고요한 자아가 시를 끌어갈 때는 관념적이거나 피상적 세계에 머물곤 한다. 구체적인 경험일지라도 평면적 설명이나 심정의 토로이기 쉽다. 그러나 근원 회귀를 꿈꾸는 자아가 어머니를 노래할 때는 우리에게 색다른 감각을 환기한다.

시인은 “아직 거뜬하고 물컹”(「수상(手相)」)한 진흙덩이다.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거센 화염 속에서도 살아남는 붉은 얼굴을 빚기를 바란다.
-박옥춘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김형출 씨는 경남 함양 안의(安義)에서 태어났다. 육군3사관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문학저널』로 등단했으며, 2009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에 시 「접시」가 당선됐고, 2010년 제5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에서 수필로 대상을 받았다. 2009년 파블로 네루다 탄신 105주년 기념 문학상에 「기형도 작품에 나타나는 그로데스크 리얼리즘의 미학」으로 평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제1회 방촌문학상(본상), 제1회 석파문학상(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비틀거리는 그림자』 『달거리』가 있고 수필집으로 『세상 속에서 낚아 올린 이야기』 『사색의 빈터』 『내 인생은 낡은 패션』 『씨앗냄새』 등이 있다.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방송 전문위원, 포천신문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며, (주)엠제이엠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시집은 제1부 ‘골목의 하루’ 제2부 ‘기왓장 경문’ 제3부 ‘貧者의 책갈피’ 제4부 ‘서늘한 기억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7편의 시가 수록됐다.문학의 전당, 124쪽, 정가 8,000원

이상창 기자 / lscnews@hanmail.net
이상창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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