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첫 여성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은 보내준 성원만큼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여성이 국가의 지도자가 됨으로써 한국역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작은 소망이라도 은근히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박정희 독재정권의 최대의 피해자중 하나인 김지하씨도 가부장적 분위기로 경직되었던 한국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녀를 지지했으니 가히 놀라운 기대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 조사에 의하면 70퍼센트가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공주의 이미지로 우려했던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지자들 중 절반이상이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MB의 불도저식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국민들은 그녀의 정치력에 대해서 “불통 리더십”이란 최악의 타이틀을 서슴지 않고 붙이고 있으니 새봄에 파란 싹이 돋아나듯 한국정치의 변화를 기대했던 만큼 가슴에 아직도 찬바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서 보수당을 지켜주었던 모습을 보고 상당한 안정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부패로 얼룩져온 정치인들에 대해 환멸을 느꼈던 국민들은 가족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박대통령은 부정과 비리에 대한 거름 작용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지역주의로 병들어있는 한국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자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내각에 대한 인선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가졌던 희망이나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언론의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어떤 자는 “‘정치 고수’의 실력을 발휘해 갈등을 노련하게 해결할 거라 기대했는데 정치권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매사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하고, 어떤 여성은 여성대통령으로서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갖춘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지지했었는데 정부 조직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직된 모습에 대해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일방적인 자세다. 그런 자세로는 국민통합을 이끌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의 극치는 국방부장관 김병관 후보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선발의지에서 나타났다. 그는 4성 장군에 어울리지 않게 무기거래에 관여했고, 땅 투기 의혹이 농후하며, KMDC 주식보유 사실을 신고에서 누락하고, 미얀마를 방문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등 보통사람들보다 도덕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국민적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였다는 비판이 최고로 비등할 때 까지도 북한 김정은의 위협을 빌미로 밀어붙이려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분노로 바뀌는 전환점에 이른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무기중개상에 취업하는 등 장관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처신을 했고, 비리 의혹도 많았다”거나 “예비역 4성 장군으로 무기중개상에서 일한 사람이 장관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청와대 어느 누구도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무기력한 정치를 보인 것이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박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국가에 헌신하고자 하는데 왜 내 뜻을 따라주지 않느냐고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는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갈등과 투쟁을 극복하고 화해와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그녀의 국정철학을 실천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야 한다.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고 복지를 키워드로 하려면 공정거래위원장에 로펌에서 강자를 변호해온 서병수 교수를 천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녀는 수십억을 해외에서 은닉하여 굴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스스로 사퇴를 할 때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독선적 자세는 긍정적인 소신이 아니라 치유할 수 없는 ‘불통’의 상징으로 고착되어 성공적으로 정권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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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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