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종합과 요소, ‘세 개의 자화상’은 시집 해설을 맡아주신 박옥춘 문학평론가의 해설 제목이다. 시집 시안이 나오고 본문 PDF파일이 e-메일로 왔다. 4월 첫째 주에 출간할 예정이다. 유통경로를 고려하면 시집은 4월 둘째 주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만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이 나올 때마다 기쁨보다는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그렇다. 벌써 긴장되고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메마른 가슴에 작은 즐거움이라도 안겨줬으면 좋겠다. 나도 詩를 통해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詩 짓는 사람이 시집 내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나는 시집을 내고 싶었다. 시집 내고 싶다. 그래서 시집을 냈다.” 나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 출간을 위해서는 우선 시집 한 권 분량의 詩 원고가 필요하다. 나는 시 맛을 제대로 모르면서 詩詩한 詩를 짓고 있다. 시가 늘 부족하다. 여러 시편 중 괜찮은 걸로 고르라면 난감하다. 선정 기준은 내 위주지만 뽑아 올릴 만한 시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시집 한 권 분량은 채워야만 한다. 이래저래 고른 시가 육십 대여섯 편이었다. 원고를 정리하고 퇴고해서 염두에 뒀던 출판사로 원고를 e-메일로 보냈다. 출판사에서는 약 한 달가량 편집위원들이 출판에 관한 원고를 검토한 후에 연락이 왔다. 연락이 늦어져 출판사에 일이 생겼거나 아니면 시집 원고가 출판사의 출판 의도에 적합하지 않아 연락이 없나 했다. 그래서 전화를 넣어봤다. 출판사에서는 연락이 안 갔는지 되려 묻는다. 이런 사유로 출판을 의뢰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출판 승인이 떨어졌다.
한 권의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걸쳐야 한다. 완성된 원고는 수십 번의 퇴고를 걸친 후 마무리한다. 퇴고를 위해 출판사와 열댓 번씩이나 e-메일이 오갔다. 표지 디자인과 시제부터 시어의 선택과 행간, 오탈자 등 한글맞춤법까지 세심하게 이루어진다. 시편 중에는 이미 여러 문예지 등에 발표한 시들도 꽤 있다. 발표 당시는 미처 몰랐었는데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수정할 곳이 더러 나온다. 발표했던 시를 수정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고민이 된다.
원고 최종 확인 과정에서 나의 시 7편을 시집에서 빼기로 했다. 왜냐하면, 시집 이미지와 동떨어진 詩이기 때문이다. 물론 출판사의 출판의도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고, 청소년이 읽기에 부담스럽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시 5편이다. 이런 시들은 한때 각광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시대도 시류도 급속도로 변해버려 오늘날, 시도 유행을 타고 있다. 나는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의 시는 독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데 동의하고 나의 시 색깔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도 색다른 시인들처럼 다양한 시를 쓰고 싶었다. 해체시, 실험시. 유행시도 쓰고 싶어 이런 시를 가끔 짓곤 했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부정적이다. 시란 좋은 시, 나쁜 시를 떠나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나의 시는 아직 나만의 색깔이 없는 것이 탈이다. 나는 아직 시 맛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시집 자문에서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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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말한다.
“주인 잘못 만나 고생 많째?” 그 답인즉 “잘난 주인은 잘난 대로, 못난 주인은 못난 대로 사는기라요.” 감격해서 눈물이 난다. 이젠 시를 버릴 수가 없다. 시 앞에 오체투지, 하심(下心)으로 시인(詩人) 되고자 한다. 신의 언어를 훔친 영혼의 사기꾼처럼
부끄럽고 두렵다. 단 한 사람이라도 시시(詩詩)한 나의 시 한 편 읽어준다면 나는 행복한 시인이 될 것이다.
2013년 4월
-[시인의 말] 전문
그리고 이번 시집 해설은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박옥춘 문학평론가가 맡아주셨다. 시집이 나오면 대게는 ‘주례사 비평’을 한다. 나는 솔직히 어떤 해설이 나올지 궁금했다. 칭찬보다는 신랄한 비평과 지적을 은근히 바랐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낸 제1시집과 제2시집을 박옥춘 선생께 보내드리라는 것이었다. 나의 첫 번째 시집 ‘비틀거리는 그림자’는 8년 전에 출간했고, 제2시집 ‘달거리’는 2년 전에 출간했다. 이들 시집은 나의 시 색깔을 참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솔직히 나의 첫 시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면 웃음도 나오고 얼굴 빨개져 부끄럽기도 하다. 서툰 시편으로 묶어놓은 시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의 시가 서툰 시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도 나의 詩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니 위안하며 다행이라 생각한다. 시집 내기 전 아내와 한 약속이 있다. 절대로 시집 때문에 남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당부였다. 시집은 독자에게 맡겨 놓으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시집 냈네, 떠들지 말고 시집 낸 것으로 만족하란다.
“시인은 언어라는 도구로 꿈을 벼리는 자다. 다시 말해 시인은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한다. 그러나 그 우주는 ‘없던’ 것으로부터의 솟아남이 아니며 기존의 우주를 참조한다는 점에서 창조라기보다는 재편성에 가깝다. 시인의 환상이 언어에 의해 정교하게 구축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편의 시는 재편(조정)된 하나의 우주요, 한 권의 시집은 재편된 우주의 모음집이다. 김형출 시인의 『낮달의 기원』은 삶과 우주의 원리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이성적 자아와 근원으로의 회귀를 욕망하는 자아, 모든 분별심 너머의 자유를 꿈꾸는 자아가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우주(근원)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아직 거뜬하고 물컹”(「수상(手相)」)한 진흙덩이다.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거센 화염 속에서도 살아남는 붉은 얼굴을 빚기를 바란다.” -박옥춘(문학평론가), 본문 해설 중에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도 사람 사는 멋인데 아내는 융통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시집 한 권 내놓고 아내에게 어떤 핀잔을 들을지 궁금해진다. 원고를 꼼꼼히 읽고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해설을 해 주신 박옥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다음 주 면 내손 안에 들어올 시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