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鎭火)와 소화(消火)라는 말에는 모두 ‘불’이라는 뜻을 지닌 화(火)가 들어 있다. 불은 우리 생활에 필요한 요소지만 잘못 다스리면 재앙(災殃)으로 돌변한다. 이처럼 불로 인한 재앙을 화재(火災)라고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꺼야 하는데 이 때 불을 끄는 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소화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진화라고 해야 할까. 소화(消火)와 진화(鎭火) 두 단어에는 모두 ‘불을 끄다’라는 뜻이 들어있다. 소화는 단순히 건물이나 물건 같은 것에 붙은 불을 끄는 것을 말하고 진화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화재를 다스려 불을 끄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불을 끄는 것은 소화라 하고 큰불은 끄는 것은 진화라고 한다는 말이다.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관계없이 화재가 발생하면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당황(唐慌)하기 일쑤다.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댄다. 다급할수록 허둥대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 소화기를 쓰던 소방차를 부르던 빨리 화재를 진압(鎭壓)해야 한다. 진화(鎭火)해야 한다. 어떻게 하던 일단 불을 끄고 나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鎭靜)할 수가 있다. 진화라는 말은 불을 진압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말썽 소동 소문 같은 것으로 들끓는 분위기를 평온하게 가라앉힐 때도 쓰는 말이다. 유언비어(流言蜚語)나 흉흉한 소문을 가라앉힐 때도 진화라는 말을 쓴다.
금년은 ‘흑뱀의 해’라고 하는 계사년(癸巳年)이다. 오행에서 癸는 수(水)로 풀고 방위로는 북방(北方)을 나타내며 빛깔로는 흑색(黑色)을 가리킨다. 그래서 금년을 흑뱀의 해라 하는 것이다. 뱀은 뜻글자로 사(蛇)로 쓰나 십이지(十二支)에서는 사(巳)로 표기한다. 巳는 불을 의미한다. 그래서 역학(易學)하는 사람들은 금년에 화재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로 인한 재앙이 많이 일어날 것이란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연초부터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화재는 대부분 부주의나 누전(漏電)으로 일어난다. 미리미리 조심하고 점검(點檢)하여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豫防)할 일이다.
巳는 ‘불’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폭발(爆發)을 의미한다. 巳는 폭발성(爆發性)을 지닌 불이다. 일반 화재와 다르다. 폭발로 인한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 대형사고(大型事故)로 이어진다. 만약 화학제품(化學製品)이나 화약고(火藥庫) 또는 핵발전소(核發電所) 같은 곳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미리미리 대비하면 환난(患難)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警戒)할 일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있다. 소문을 말하는 것이다. 풍문(風聞)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엔 풍문으로 소문이 퍼졌으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SNS라고 하는 인터넷망을 통해 문자(文字)로 퍼진다. 말을 조심해야 하고 문자를 조심해야 한다. 그 말이 그 문자가 개인에 미칠 때는 개인에게 치명상(致命傷)을 주고 국가나 사회에 미칠 때에는 나라에 치명상을 준다. 둑이 그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제방(堤防)이 그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한 마리 개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개미굴로 스며드는 한줄기 물이 급기야(及其也) 제방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한때 ‘카더라’ 하는 말이 유행이었었다. 이 말 한마디로 목숨을 잃고 이 말 한마디로 판세가 달라지기도 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이끌어야 한다. 선도(善導)해야 한다. 착한 길로 이끌어야 한다. 무엇이 참(眞)인가를 밝히고 무엇이 참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거짓을 말하면 그것이 부머랭(boomerang)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마음의 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 편벽(偏僻)해서는 안 된다. 제로썸 게임(zero sum game)을 해서는 안 된다. 윈윈 게임(win-win game)을 해야 한다.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고 모두가 잘 사는 게임을 해야 한다. 비결을 간단하다. 모두를 생각하고 헛소문을 잠재우면 된다. 새삼 소화와 진화라는 말을 화두(話頭)로 떠올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