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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사랑은 왜 둥근 달을 닮았을까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1월 05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산동네는 최근 몇 년 동안에 최저기온이라고 난리다. 겨울은 추운 계절이니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없는 사람은 수은주가 내려가면 한숨을 짓기 마련이다. 난방비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차가운 바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연탄이라도 아껴가며 겨울을 나야하기에 눈이 와야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돈이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옛날부터 돈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껏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미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돈을 벌었다고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서 쓰는 자들은 이웃들의 지탄을 받는다. ‘정승처럼 써라’는 것은 돈을 꼭 써야할 곳은 쓰되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돈을 벌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부하고, 장애인들을 찾아가 위로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쓰는 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칭송을 받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획득한 부와 권력, 명성이라 할지라도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단어는 사회지도층을 무조건적으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한다는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칭호는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것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포천의 ‘남사랑의 집’이란 장애자 시설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그곳에는 중증환자와 정신지체 환자들이 원장이신 목사님을 중심으로 밝게 살아가고 있었다. 필자가 ‘노래하는 사람들’이란 음악봉사단체를 만들어 처음 공연을 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에 매우 감회가 깊었다. 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장애를 가지고 있어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필자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들은 내가 부르는 가곡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괴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가장 앞자리의 중증 장애자가 고개를 젖히고 소리를 지르는 의미가 아주 음악이 좋았을 때 보이는 긍정적 반응이라는 원장님의 설명에 큰 깨달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어떤 사람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아름답고 고귀한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귀중한 존재이며, 존엄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도 싸이의 ‘말춤’을 좋아하고 기분이 나면 멋있게 춤을 추고 싶어 하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의 몸이 불편하기에 그들의 표현은 더욱 강열하고 진지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인과 장애인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같은 인간으로서 감정을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추운 겨울밤에도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고 기뻐한다. 보름달은 둥근 원형의 모습을 환한 빛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 삶의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상처를 받거나 타인들에게 원한을 가졌던 자들도 보름달의 포용적인 이미지에 녹아들어가 어느덧 고향으로 달려가거나 멀리 떨어진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동요의 가사처럼 보름달 속에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을 연상하며 천진무구한 동화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이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추운 한파를 타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울산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자들이 폐지를 팔아 한푼 두푼 모은 200만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편치 않은 몸을 움직여 기술을 배워 번 돈도 함께 모아 힘을 보탰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정상인들 그리고 부유층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 어쩌면 돈이 많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눈 재물은 정승의 돈이 될 수 있고, 보름달의 환한 달빛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려고 마음을 먹어야할 것이다. 그저 개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는 인색한 놀부가 되기 싫다면 말이다.

이해인 수녀는 보름달을 보고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당신이 있어, 추운 날도 따뜻했고 바람 부는 날에도 중심을 잡았습니다/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월의 선물도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사람들이 모두 다 보름달로 보이는 이 눈부신 기적을 당신께 바칠게요/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박정근 / jkparkdj@hanmail.net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3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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