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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명수] 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2년 11월 19일
↑↑ 공명수 대진대 영문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20세기 후반기에 우리를 감통케 한 몇 권의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아마도 주저하지 않고 카슨(Rachel Carson)이 쓴 『침묵하는 봄』과 1972년에 나온 로마 클럽 보고서인『성장의 한계』와 그 이듬해에 출판된 슈마허의 에세이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1964년에 발표된『침묵하는 봄』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생태주의가 세상 속에 확산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성장의 한계』와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20세기를 되돌아보며 산업주의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 준 보석과도 같은 고전임에 틀림없다.

특히 1973년에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지난 100년 동안 기회보다 위험을 한층 더 가중시켜왔던 기술문명 전반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규모의 경제학을 해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생산규모가 크면 클수록 생산단가가 감소하여 상품시장에서 가격의 우위를 점하게 되어 생산자는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학이 모든 경제체제나 사회현상에 적용되어 지금까지 세상 전체가 완전히 거대주의나 대형주의 신드롬에 빠져들어 버렸다. 모두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면 만족할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 모두가 큰 것에 대한 콤플렉스에 걸려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하여 슈마허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거대주의라는 우상숭배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규모의 경제학이 거대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한다. 슈마허의 지적처럼, 지금 우리는 거대주의의 가짜 우상에 매달려 자기 주변의 진짜는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넓은 주차장에다 다양한 품목이 가득 쌓여 있는 값싸고 질 좋은 품목들로 가득 찬 대형 할인점과 거대도시와 대기업이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의 삶의 중심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대형주의가 주는 삶의 편의성과 효율성에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 가고 있다.

사실 거대주의 속에서 모든 집단이 끝없이 성장하고 물질적 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 발전이 양적인 증가에만 치중하는 순간 사회 속의 개개인은 무참한 실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대 도시에 엄청난 인구의 밀집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급격한 인구감소를 초래하여, 그 지역에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삶의 공간을 뿌리 뽑아 폐허화 시켜 버린다. 거대주의 속에서 인간 개개인은 삶의 주체자로서의 자기 상실은 물론, 창조적인 생산자가 아닌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런 규모의 경제는 그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획일적인 질서를 강화하고 유기적인 공동체적 관계와 창조적인 자유를 억압하며 우리의 삶을 정형화 시켜 버린다. 이런 결과로 거대주의 속에서 절대 다수는 빈곤과 좌절과 소외와 절망에 신음할 수밖에 없다.

슈마허는 거대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적정한 규모의 경제와 생산방식과 유통구조와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중간형태의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거대주의가 낳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생산체제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키에 맞고 지역에 뿌리내린 소규모의 경제체제와 이에 맞는 고용 규모가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전통기술이 접목되고, 농촌과 도시가 조화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소규모의 경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이들이 인간다운 건전한 경제 질서를 창출하면서 구성원들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소규모의 절제된 경제체제는 지구촌의 지역과 지역이 교류하는 지역창조를 통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슈마허는 “허황된 소비와 탐욕적인 욕망을 줄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바람직한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무의미할 뿐이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탐욕에 빠져 자기억제와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할 때 제 아무리 좋은 경제체제와 제도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슈마허가 인용하고 있는 “대지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간디의 말은 우리 인간 개개인에게 있어 부당한 탐욕의 폐해를 잘 말해 준다. 이제 우리에게는 탐욕과 헛된 욕망을 버리고 작은 것 속에 깃들어 있는 예지를 찾는 상호 호혜적인 나눔의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가 유독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이 책이 요즘 세태에 맞물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거창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거대주의와 거대담론에 너무 실망하고 지쳐서 이제 이들에 대한 정말 허무에 가까운 절망을 느끼고 있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토록 기대감에 부풀어 열망했던 거대담론이나 큰 이야기들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화석화된 가짜 우상물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는 평소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 작은 것에 대한 자세와 인식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 올해가 저물기 전에 공적인 질서와 개인적인 자유 사이에서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공명수 / 대진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대진대 교육대학원장, 포천신문 칼럼위원
공명수 기자 / mskong@daejin.ac.kr입력 : 2012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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