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소흘읍 고모리에 소재한 물꼬방 미술관이 문을 연지 어느덧 3년을 맞았다. 그동안 많은 작가를 만나고 헤어지며 물꼬방 미술관은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심지가 아닌 외곽에서 예술이라는 높은 벽을 허물어 내고 관객에게 절실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물꼬방이 위치한 숲이라는 자연환경을 통한 힐링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서만이 숨을 쉴 수 있듯 사람은 자연을 통해 숨쉬기를 그리워한다. 이번 기획전 ‘2012, 50歲’는 이렇듯 숨쉬기를 갈망하는 작가와 관객의 들숨과 날숨展이다.
‘2012, 50歲’는 동덕여대 서양학과 82학번인 50세의 작가 세 명이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포천에서 다시 만나 관객에 다가가는 특별한 기획전이다. 세월이 준 연륜 또는 여유로움은 분명 느낄 수 있었지만 각자의 색깔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공중 줄타기를 하던 20대에서 그때보다 조금은 지상에 가까워져 있는 50세의 모습. 그러나 역시 이들은 스스로 아직도 안정 착지를 하지 못하고 약 1cm 정도 지상에서 떨어져 공중 걷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혹은 삶은 그렇게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들 작가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또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50歲의 ‘숨쉬기’를 들여다보자.
↑↑ 작가 권은주
ⓒ (주)포천신문사
작가 권은주는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프로랜스 국립 아카데이아에서 6년 동안 서양화를 전공했고, 유학시절 동안 오직 색 작업에만 몰두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색의 의미를 넘어 색이 갖고 있는 고유언어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귀국 후 자신이 찾아낸 색을 담을 그릇이 캔버스 위에 붓과 물감이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 일차적으로 색을 뺀 형태 혹은 방법을 찾아 바느질을 시작했다. 바느질을 하는 과정부터 형태와 볼륨을 만들어가는 모든 것이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작가가 결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색을 담을 그릇을 찾고 그 그릇에 색을 담는 것이다.
ⓒ (주)포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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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공중에 1cm 떨어져 있는 작가의 불안정한 작품세계를 지상에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침묵 속에 하루 12시간 이상씩 바느질을 하며 수행하듯 작가의 삶을 묵상하는 권은주는 현진건의 ‘빈처’를 떠올리게 하는 고행자다. 광목 위에 한 땀 한 땀 바느질되어진 새와 그림자, 동굴벽화에 그려진 문양 같은 형태는 스스로 거울 앞에 않아 있는 무언의 발성이며 외침이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철저한 침묵과 고행을 느낄 수 있다. 귀국 후 1회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미술잡지나 미술전시 관람을 단절하고 15년 동안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했다. 이번 전시는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첫 번째 외출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 작가 오원흥
ⓒ (주)포천신문사
작가 오원흥은 대학 졸업 후 개인 작업실을 꾸준히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작업은 도자기작업인 종을 통해 삶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종은 울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울리지 않는다. 꼭 무엇이든 종을 울려줘야 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사람이든 바람이든. 반면 울리지 않아도 종을 보는 순간 종소리를 떠올린다. 살아가는 삶이 그러하듯 우리 자신을 울려주는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고 우리의 삶이 울림이 되어 멀리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홀로 있는 사람의 울림은 가녀린 꽃잎처럼 측은하고 애처롭다. 모여사는 세상 사람들의 울림이 함께 한다면 무슨 소리를 낼까? 작가는 슬픔보다는 아름다운 소리를 원한다. 관계함의 복잡함과 질서 속에서 그녀의 종은 50이라는 나이에 걸맞는 희로애락의 메아리다.
ⓒ (주)포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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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정희(물꼬방 미술관장)는 동덕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E.S.A.T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했다. 파리 유학 중 베케트의 ‘발소리’, 2000년 예술의 해 선정 작가전인 ‘매종 바로크’를 통해 평면회화, 건축, 연극,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묶은 공간적 개념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만의 융합이라는 거대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기를 원했다. 이번 전시 역시 권은주의 고독한 수행적 작업과 오원흥의 관계의 울림이라는 두 개념의 충돌을 꽃이라는 매개체로 융합시키고자 했다. 전시장 바닥에 스크린처럼 플랫하게 프린트된 붉은 꽃은 두 작가가 선택한 마테리얼(재료)의 볼륨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함이고, 정의 내리지 못했던 20대의 꿈과 열정을 상징한다.
- 전시장소 : 물꼬방 미술관(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695-6 - 전시일자 : 2012년 10월 25일(목)~11월 13일(화) - 전시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 전시문의 : 031-544-1695, 3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