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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박정희정권 피해자에 사과한 박근혜의 진면목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04일
↑↑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요즘 대선정국에서 시민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졌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박근혜에 대해서 박정희정권이 저지른 5.16쿠테타, 인혁당사건, 유신체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역사인식에 대한 검증차원에서 끈질기게 제기된 바 있다. 박근혜 후보는 5.16쿠테타와 유신체제의 공과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이고, 인혁당사건은 사법의 두 가지의 판단이 있으니 그것 또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었다.

5.16쿠테타나 유신체제는 헌정을 파괴한 사건으로 아무리 그로 인해 경제발전의 결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불법이었다. 더구나 정적들을 적절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용공으로 몰아 사형시킨 인혁당 사건은 그야말로 반인도주의적 정치적 테러였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였던 박근혜후보는 아무리해도 그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후보는 그 책임을 부정함으로써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의 정체성과 도의적 책임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그녀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우 진지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건의 헌정파괴에 대해서 인정하고 비인도적 정치로 사형당한 분들의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제는 기자회견 후 부산 새누리당 행사에게 지지자들과 함께 요즘 유행하는 코믹한 싸이의 말춤을 추었던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그녀가 보여준 극단적으로 다른 양면의 얼굴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매우 궁금하게 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십이야”란 작품에서 위의 경우와 매우 유사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귀족녀인 올리비아가 오빠에 대한 지나친 애도의 반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평생 상복을 입고 세상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그 당시 시민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청교도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이다. 사실 그녀는 청춘으로서 에로틱한 에너지가 넘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죽음에 대한 감상에 몰입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오시노 공작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반복하여 보내오지만 스스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자신의 실체로 오인한다.

발렌타인은 1막 1장에서 올리비아의 병적인 애도에 대해서 설명한다: “아가씨께서는 칠년 동안을 하늘에까지도 얼굴을 가리실 결심. 나들이하실 때는 수녀처럼 얼굴을 베일로 가리시고 거처하시는 방에다 매일 한 번은 짜디짠 눈물을 뿌려 놓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모두 돌아가신 오라버니에 대한 사랑의 애도, 슬픈 추억 속에 길이 간직하시기 위함이라 하옵니다.”

젊음의 생명력이란 대부분 수시로 변화하고 약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젊은이의 뜨거운 정열은 임의적이고 즉흥적이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한여름밤의 꿈』에서 ‘사랑의 묘약’이란 상징적 장치를 통해 이런 젊은이들의 변화무쌍한 삶을 재현한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사회의 가식적 청교도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왜곡상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또한 구애의 주체인 오시노 또한 처녀가 꿈꾸는 스타일의 포즈를 보여주기 보다는 상투적이거나 자신의 권력적 배경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세속성을 보여줌으로써 올리비아를 감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가 수용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코믹하게도 올리비아의 마스크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녀가 인위적으로 자신에게 부여한 마스크가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인 바이올라가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한 채 오시노 공작의 메신저로 방문하자 금욕적인 검정 의상과 면사포를 벗는다. 물론 바이올라가 그녀의 진면목을 바라보고 찬사를 늘어놓는 과정에서 일어나는데 처음의 수동적 자세에서 점점 적극적인 구애자로 변화한다. 극도의 금욕적 자세로 일관하던 올리비아가 남장 여성 바이올라에게 첫눈에 반해버리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희극적인 효과와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동성애적 암시를 줌으로써 그 희극성을 배가시킨다.

지금까지 오빠에 대해서 인위적이고 감상적인 애도의 마스크을 고집하던 올리비아는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변화에 놀란다. 결국 이 변화는 자신의 감정의 실체를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일어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적극적인 추구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녀는 시동에 불과한 세자리오에게 반한 자신이 신기한 듯 이렇게 읇조린다: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돼. 주인과 하인이 자리가 바뀌지 않고서는 안되는 노릇. 정말 내가 어떻게 됐나봐. 이렇게도 난데없이 상사병에 결리다니. 아마 그 젊은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이 마음속에 숨어 들어온 모양이지.”

이제 박근혜후보는 자신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이 저지른 불법적인 사건에 대한 끈질긴 옹호및 감상적이고 진지한 사과와 코믹한 말춤 사이에 무엇이 그녀의 진실한 태도인지 밝혀야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급반전한 그녀의 태도로 인해서 국민들은 그녀의 사과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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