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볕더위로 전국이 가마솥이다. 18년만의 폭염이라고 한다. 한낮의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무려 20여 일 동안 지속되면서 인명피해와 가축 폐사 등 재난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7월 21일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8월 9일 현재까지 열사병과 일사병 등의 질환을 겪은 환자가 무려 1천여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20명에 이른다고 한다. 피해자는 주로 노인들이며 특히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닭, 오리 등 가축 83만 마리가 이번 폭염으로 폐사했다. 바다양식장도 적조현상으로 빨간불이 켜져 전국적으로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포천시에서도 폭염으로 가축이 집단 폐사하는 등 축산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지만 지자체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은 찜통더위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에 따르면 8일 현재 15개 농가에서 3만 마리 정도의 닭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피해 규모가 용인, 안성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보상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고, 당국이 마땅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양계 축산농가는 물을 뿌리고 환기를 시키며 자식같이 키운 닭들을 살려 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폐사한 닭의 값어치가 kg당 고작 1천~2천원이고, 팔지 않고 매몰하려고 하니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더욱이 폐사한 닭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을 길이 없어 양계농가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관련법의 보상기준을 보니 피해보상금액을 각 시·군별 합산 3억원 이상으로 정해놨지만 이를 충족하기엔 태부족이다. 시·도 등 관계당국은 관련법이나 보험만을 운운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포천시는 “농협에서 폭염에 대한 특약보험을 만들어 놨지만 홍보가 안돼 대부분 농가에서 가입을 하지 않았고, 시 재정상태도 열악해 현실적으로 보상이 어려워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피해접수를 받아 경기도에 보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천의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구제역 사태로 293농가에서 소·돼지 등 전체 우제류 가축의 79%인 268,515마리가 살처분돼 267개소에 매몰처리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다행히 포천을 비켜나가 닭은 희생을 면했지만 이번에 예기치 못한 폭염으로 수만 마리가 집단폐사되며 포천의 축산농가들이 또다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닭 사육규모의 8%를 차지하는 포천시에는 산란계 104개 농가 455만여 마리, 육계 61개 농가 188만여 마리 등 모두 165개 농가에서 닭 643만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국내 최대 닭 사육 도시다. 폭염이 지속된다면 포천의 축산농가는 구제역 사태 때 못지않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당국의 대책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고 있어 폭염과 가뭄이 몰고 올 재난피해는 올 여름만의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은 보상기준과 예방책들은 임시변통에다 주먹구구 수준에 불과하다.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포천시와 같이 지방재정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로서는 피해보상과 재난대책을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축산농가들이 안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폭염대책의 매뉴얼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폭염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