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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축산 괴질로 불안에 떠는 포천 창수면을 가다

“소가 맥없이 주저앉아 속이 타들어가요”
14개 농가 321두 폐사…‘방역당국 오락가락, 보상길도 막막’

이상창 기자 / 입력 : 2012년 02월 15일
ⓒ (주)포천신문사

“자고 일어나면 소가 맥없이 쓰러져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토양 오염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어요. 내일은 또 몇 마리가 쓰러져 있을지 겁부터 납니다. 소들이 죽어나가는데 지켜만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하고…”

포천 창수면 오가리 청산목장 주인 양병하(57)씨는 원인 모를 괴질로 젖소 16마리가 쓰러져 소각해야만 했다. 지난해 초 구제역 발병으로 소 135마리를 살처분 매몰한 지 1년 만에 또다른 시련을 겪고 있다.

구제역 이후 보상금 2억7천만원과 입식자금 1억원으로 축사를 다시 짓고 젖소 80여 마리를 재입식해 다시 일어서보겠다는 재기의 희망은 갑자기 닥친 괴질이라는 재앙을 만나면서 한 숨으로 변했다.

포천 창수면에서 40년간 축산업에만 종사해온 터라 다른 일은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닷새째 쓰러진 소가 없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긴장과 불안으로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한다.

청산목장 도로 건너편 현찬목장 주인 조영석씨는 지난 2월 3일부터 거의 매일 소가 쓰러져 폐사하고 있다. 젖소 90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씨는 작년과 재작년 쓰나미처럼 불어 닥친 구제역도 이겨냈지만 이번 ‘기립불능’의 괴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3일 오후에도 젖소 한 마리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지금까지 10마리가 폐사됐지만 조씨는 정작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소들이 쓰러지느냐가 걱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2월 13일 현재 포천에서는 젖소 9개 농가 247두, 한육우 4개 농가 53두, 사슴 1개 농가 12두 등 총 14개 농가에서 321두의 가축이 괴질로 폐사했다. 신북면 1개 농가, 이동면 2개 농가를 제외한 11곳이 창수면 축산농가들이다. 20두 이상 폐사한 농가만 6곳이다.

방역당국은 폐사원인을 토양 유래성 질병인 보튤리즘(botulism)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튤리즘균이 생산한 신경독소에 의해 신경이나 근수축 마비를 일으켜 주저앉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근육마비로 폐사하는 병이다.

폐사 농가 주변의 농장들은 당국의 지시대로 백신접종을 하고 토양 교체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당 농가 주인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당국을 불신하고 있다.

한 축산농가 주인은 “초기에는 사료급이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했고, 또 모기에 의한 질병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토양오염이 문제라고 한다”며 “방역당국이 오락가락 하니 불안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법정 전염병이 아닌 보튤리즘 감염은 보상받을 길도 막막하다. 구제역 살처분 매몰된 가축은 현시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보튤리즘 감염은 지육가의 80% 정도만 받을 수 있어 두당 400만~500만원 가축의 보상금은 70만원~1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가세현 한농연포천시연합회장은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포천 축산농가들이 원인도 모르는 괴질로 소가 주저앉고 있어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이 조속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주)포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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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창 기자 / lsc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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