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5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망.실종자가 50명을 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재난을 불가항력적인 천재(天災)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인명피해 및 침수재난의 상당 부분은 대비소홀 등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북부 특히 포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우선 기록적인 600mm의 폭우가 쏟아진 포천은 지난 7월 26일부터 내린 폭우로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한밤중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빌라를 덮쳐 일동면에서는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이 매몰돼 숨진 채 목숨을 잃었고, 신북면 심곡리와 금동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펜션에서 묵고 있던 10대와 노인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고 7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산사태로 인한 참사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지질조사나 안전시설 없이 산을 깎아내고 산비탈에 건물을 지어 산사태를 초래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주목한다. 재발방지와 추가 참사 방지를 위해서라도 포천시는 이번 산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폭우로 포천천 둔치가 침수되면서 주차된 차량 30여대가 물에 잠기는 초유의 사건도 일어났다. 매년 집중호우가 있었지만 포천천에서 차량 수십대가 물에 잠기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포천시는 시간당 100mm의 폭우로 순식간에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하늘탓으로만 돌리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포천천 차량 침수는 시의 재난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꼽을만 하다. 시는 이미 집중호우 예보가 있었는데도 둔치 주차장의 출입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침수 두 시간 전에서야 부랴부랴 안내방송을 시작하며 현장을 통제하고 견인차를 동원해 차량을 꺼내기 시작했으니 100대에 이르는 차량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름철의 국지성 호우사태는 매년 겪는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포천시는 이에 대해 충분하게 대비해 사전에 차량을 통제했어야 했다. 재난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폭우는 인명피해도 컸지만 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배수시설이 막혔으며 하수구가 역류해 도로는 온통 물바다가 됐으며, 이로 인해 곳곳이 통제되기도 했다. 하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1천여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다.
포천시는 이번 폭우기간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공무원, 군인, 유관기관 인력 700여명과 장비 62대, 양수기 등을 총동원해 비상근무를 하고 응급복구에 나섰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인력의 신속한 현장 투입과 복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이 지적이다.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수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성도 있었다. 동원인력과 장비만 많았지 신속하고 원활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제 엄청난 인명피해 재난사고로 주민들의 고통과 시름이 계속되고 있는데 관내 한 농협은 원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게이트볼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주최측인 농협의 조합장은 이미 한차례 연기된 대회여서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지만 수해로 실의에 빠진 지역주민의 고통을 망각한 결정이다. 수해복구가 끝나기 전까지 포천시와 관내 주요 기관.단체의 이벤트성 행사는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이같은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시의회는 허술한 수방대책 실태 규명과 재난관리시스템 점검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