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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명 칼럼=10] 아랫사람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07일
↑↑ 석보명 보문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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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독일 속담에도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가정은 늘어도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하니 변해가는 사회를 통탄하고 자식들의 이기심을 탓하기 전에 이러한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통상적으로 윗사람은 아랫사람보다 경험이나 능력 면에서 앞서는 사람을 뜻한다. 때문에 아랫사람은 윗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잘 배우고 익혀야 하며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적절한 통제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조화를 이룰 때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경하고 따르게 되며 윗사람 역시 아랫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내리 사랑은 되는데 치사랑이 안된다는 점인데 이는 윗사람들의 적절한 통제와 조언이 대부분 억압이나 간섭으로 변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윗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억압하고 간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은 아랫사람에 대한 사랑이고 관심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힘들다, 고통스럽다고 말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버릇없고 싹수가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기 일쑤다. 안그래도 힘든데 버릇없고 싹수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리니 결국 말이 없어지거나 비위나 맞추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조언이나 통제가 아랫사람에 대한 조언이고 진심어린 충고인지는 그 아랫사람이 윗사람이라도 그러한 조언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약속시간에 좀 늦었다고 할 경우 윗사람이 늦었을 때와 아랫사람이 늦었을 때의 감정이 다르다면 또는 대응하는 것이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사랑에서 나온 조언과 충고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나와 남, 위와 아래라는 구분을 크게 하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조언과 충고와 간섭은 비슷한 말들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조언은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 도와주는 것이고, 충고는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들어 진심으로 타이르는 것이고, 간섭은 남의 일에, 또는 어떤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영향(影響)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약일 수록 약효가 크지만 남용하게 되면 부작용도 크듯이 좋은 말일 수록 아껴야 한다.

조언도 그렇다. 위기 상황이거나 상대가 청해올 때 해주는 조언과 충고는 약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상대에 대해 지나친 염려와 바람으로 인한 조언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세상에는 작지만 무서운 것들이 있다. 불씨가 그렇고 왕의 자식이 그렇고, 아랫사람이 그렇다. 비록 지금은 나보다 약하고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도 함부로 다루었다가는 금방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고 만다. 윗사람 무섭고 어려운줄 안다면 아랫사람 역시 무섭고 어려운지도 알아야 한다. 윗사람 존중하는 만큼만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결코 내리 사랑 운운하는 병든 사회가 아닌, 위 아래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는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석보명 / 대한불교 삼론종 총무부장, 보문정사 주지스님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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