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종’은 1910년 7월 30일 출간된 애국계몽기 최대의 정치소설이다. 이매경의 생일잔치에 모인 네 부인이 시국을 토론하는 특이한 토론체 소설이다. 이것은 애국계몽기가 무엇보다 민족적 위기에 압박된 일대 국민적 토론기라는 역사적 단계에 잘 부합하는 장르규정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토론 참가자가 모두 여성인데, 이는 바로 개명한 여성에 의해 주도된 토론체 형식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국민 교육을 중심 주제로 하는 정치적 명제를 토론 내용을 설정함으로써 작가 이해조의 애국계몽사상의 대중적인 폭을 드러낸 것이다.
먼저 등장인물의 신분을 보면, '친정이나 시집이 삼한갑족'인 양반 신분(이매경), 한때 정삼품 당상관의 아내인 '숙부인'(신설헌), 남편이 종사품 평양 서윤(강금운),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비슷한 인물(홍국란) 등이다. 이처럼 네 부인은 고귀한 가문 출신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계몽사상이 개명한 양반층에 바탕하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이해조는 ‘토론소설’이라 하였지만 토론자 간의 뚜렷한 논쟁점은 없다. 그러나 네 명의 부인은 약간씩의 태도의 차이는 드러난다.
신설헌은 이들 중에서 가장 개혁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현실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적극적인 여성이고, 반면 초청자인 이매경은 현실에 대하여 다소 냉소적으로 말하며 개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홍국란은 개화의 대의에는 찬성하나 단번에 바꾸는 것을 경계하는 점진주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강금운은 전면적인 한글사용을 주장하는 데 반해 홍국란은 일시적인 한문폐지에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렇더라도 크게 보면 문명개화의 대의에는 네 부인 모두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는데서 당시 유행한 사회적 언술행위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앞부분은 현실을 비판하는 부분이고, 뒷부분은 꿈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작품 속의 시대는 융희 2년(1908년), 대한제국이 반식민지로 전락한 당시를 매우 부끄럽고 통곡할 시대라고 비탄하고 차라리 제 나라 민족의 노예가 될지언정 남의 나라 정부의 보호는 안 받는다고 절규하면서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회복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집중 토론하고 있다. 국권 회복 방법은 "외국 의뢰도 쓸데없고 한두 개 영웅이 혹 국권을 만회하여도 쓸데없고 오직 전국 남녀 청년이 보통 지식이 있어서 자주권을 회복하여야 확실히 완전하다."고 하였다.
소수의 급진적 엘리트가 외세와 일정하게 제휴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개화파’의 방법이 아니라, 근대적 국민을 창출하는 일종의 국민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이해조는 ‘계몽주의자’의 면모를 보인다. 요컨대 ‘백성으로부터 국민으로’에 이해조 계몽주의의 근본 뜻이 있는 것이다. 봉건적인 백성이 근대적인 국민으로 전환하려면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자유’는 이 작품의 제목 ‘자유종’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듯이 사람이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가장 근본 전제라고 하였다. 이 자유로운 개인의 자발적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근대적 국민의 출현이라는 과제가 온전하게 실현될 때 국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중심 주제이다.
‘자유종’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당대의 봉건적 적폐는 이해조의 예리한 기자적 감각으로 통렬하게 비판되고 있는데, 이것은 이인직의 소설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단순히 이념형으로서의 근대를 필로써만 그린 것이 아니라 교육 사업의 최전선에서 직접 부딪힌 당시의 생생한 체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해조의 부친 이철용은 1905년 포천에 신야의숙을 세웠는데 1908년 포천에 설립되어 있던 옥성의숙과 합쳐 포천의 옛 이름을 따서 청성학교로 개명하고, 신야의숙을 청성제1학교, 옥성의숙을 청성제2학교로 하였다. 이해조는 청성제1학교 운영을 맏게 된다. 당시 신문에는 “사립청성제일학교는 동대문 밖에서 자못 우수한 학교이었으나 경영난과 군청에서 1개 공립학교만 설치한다는 방침에 따라 폐교”되었다고 보도하였다.(매일신보, 1911. 9. 17)
‘자유종’은 자녀 교육을 다루면서, “...자식이라는 것이 내 몸만 위하여 난 것이 아니요, 실로 나라를 위하여 생긴 것이니 자식을 공물(公物)이라 하여도 할당하오.”라는 홍국란의 말에서 공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해조는 그 스스로도 교육 사업에 종사했고 ‘자유종’의 핵심 주제도 보편적 교육을 통한 국민국가의 건설이라고 할 때 그 국민이 될 자녀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은 개인과는 다른 개념이다. 근대 사회를 이끄는 개명된 시민들에 의해서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물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민(公民) 즉 근대적 시민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자유종’은 당대 최고의 근대 계몽의 교과서다. 소설적 외양마저 무시하면서까지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동서를 넘나드는 폭넓은 안목으로써 절박한 시국 상황에 대한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니, 애국계몽기의 문학적 반영으로서 최고의 수준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요컨대 애국계몽운동의 대중화 노력의 한 비약이자 절정이며 한계가 착종되어 나타난 것이 이해조의 ‘자유종’이다.(4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