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저장탱크에서 벙커C유 기름이 유출돼 포천천에 기름이 흘러 들어 하천 곳곳이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평천과 더불어 포천의 양대 젖줄인 포천천의 생태하천 복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듯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새벽시간에 유류저장탱크에 주유하던 운전자가 졸다가 연결관이 빠지면서 기름이 대량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천 리터의 기름을 저장탱크에 주유하는 도중에 운전자가 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태연히 잠을 자다가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人災) 사고다.
새벽시간에 엄청난 기름을 저장탱크에 옮기면서 업체 관리자는 단 한 사람도 없고 유조차 운전자 혼자서 연결호스를 꽂고 차 시동을 건 채 잠을 잔 것은 업체가 사고에 대비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관리소홀이다. 사고 원인이 조만간 정확히 드러나겠지만 해당업체에 대해서는 응분의 행정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후약방문이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포천시청은 기름저장탱크 시설의 관리실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유출된 기름과 하천에 유입된 기름도 몇 리터인지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해당업체는 사건발생시 소방서에 4천 리터가 유출됐다고 신고했지만 포천시청 환경관리과는 2천6백 리터라고 밝히고 있다. 하천으로 유입된 기름도 시청은 400리터라고 하지만 기름띠 오염과 확산을 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하천에 흘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벙커C유는 적은 양에도 확산 속도가 큰 특성이 있지만 사건 당일 포천천에 떠내려간 기름띠를 보면 200리터 드럼통 두 통 분량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시청이 피해 정도와 오염 확산을 우려해 기름 유출량을 의도적으로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기름은 포천천으로 흘러 들어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제는 하천에서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하천변 곳곳에는 기름 덩어리가 고여 있어 악취가 심하고 무성하게 자란 수초는 기름띠에 둘러싸여 신음하고 있다. 포천천을 살리려면 수초 제거 작업이 시급하다. 포천시는 전문방역업체에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공무원과 시민, 자원봉사자, 군인, 학생 등을 총동원해서라도 수초를 제거하는 방제작업에 나서야 한다.
유출된 기름을 완전히 제거한다 해도 하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철새와 물고기가 폐사되면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기에 이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천천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유출된 기름이 흘러들어 포천천을 오염시켰다. 지난해는 한 섬유업체 보일러실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센서가 고장 나 벙커C유 200여 리터가 하수관을 타고 포천천으로 흘러든 경우다. 포천천은 평소에도 눈.비만 오면 염색공장에서 흘러든 폐수와 쓰레기매립장에서 유입되는 침출수로 수질이 오염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기름유출 사고까지 발생해 오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천천에서 피라미, 버들치, 잉어 등 1급수 어종이 서식하고 있고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천둥오리, 해오라기를 비롯한 수많은 철새들이 도래하는 것은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등의 결실이기도 하다.
포천천이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하천 정화사업 못지않게 하천변의 위험물시설 관리와 불순물 유입을 차단하는 대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시민이 감시자가 되어 포천천을 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