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시간에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건 정말 고단한 일이다. 식물원으로 출퇴근 하는 길은 논밭도 있고 산도 있고 참 정겨웠는데 말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을 때는 좀 돌아가더라도 버스타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특히,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는 나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날이 더울 때는 버스 안에 에어콘을 틀어서 창문에 꼭꼭 닫혀있지만, 기사아저씨 몰래 창문을 살짝 열어 눈을 감고 그 시원한 바람을 맞고 가는 일도 즐겁다. 며칠 전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람에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걸 느꼈다. 그 향기의 주인공은 바로 아까시나무, 풍성한 하얀 꽃송이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그 향기 좋은 나무의 바른 이름은 ‘아까시나무’이다. 진짜 아카시아나무는 열대지방에 자라는 다른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 대륙이 고향이다. 일제 시대에 황폐화된 산을 빠르게 녹화시키기 위해 전국에 많이 심어 지금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콩과에 속하는 아까시나무의 잎은 등나무 잎처럼 9-19개 사이의 작은 잎들이 깃털처럼 줄줄이 달려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하나씩 떼어내는 게임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잎이다. 5월에서 6월쯤까지 흐드러지게 피는 하얀 꽃은 작은 흰 나비 떼가 모여 있는 것 같다.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꽃이 달린다. 가을에는 콩과식물답게 긴 갈색 꼬투리로 익는다.
‘아까시나무’하면 학부 때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이 나무는 생장이 워낙 왕성해서 이 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다른 잡풀이 거의 자라지 못하고 또 이 나무를 없애려고 해도 베어내면 또 나오고 또 나와서 죽기는커녕 더 왕성해지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과 또 일제하에 심어졌다는 것 때문에 아까시나무에 대한 인상은 좋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는 장점도 많은 나무이다. 먼저 아까시나무는 꿀이 풍부한 밀원 식물이므로 꽃피는 계절에 좋은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약용으로 쓰이는데 잎은 특히 이뇨작용이 뛰어나고 신장치료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뿌리의 껍질을 봄, 가을에 채취하여 잘게 썰어 말린 것을 달여 마시면 이뇨, 수종,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린 잎은 샐러드로 먹기도 하며, 꽃을 튀긴 것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아주 향긋하다. 또 내구성이 강하고 무늬와 색상이 독특하여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파리를 갖고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 식물원에서 꽃 튀김을 먹었던 신선한 기억, 그리고 요즘 꽃향기로 일상가운데 찾아든 행복, 이런 좋은 기억들을 준 나에게 아까시나무는 그냥 ‘좋은 나무’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