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토리나무라도 알고 있는 나무들은 ‘참나무’라는 좋은 이름으로 불리운다. 근데 사실 도감에 찾아보면 참나무과는 있어도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그리고 남부지방의 가시나무 등, 이런 나무들이 모두 ‘참나무과’로 묶인다. ‘참’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진짜’라는 의미로 좋은 것을 의미할 때 쓰는 말인데, 이 참나무류 속명인 쿠에르쿠스(Quercus)의 뜻도 ‘진짜’라고 하니, 정말 좋은 나무이긴 한가보다.
이번에는 이 참나무류 중에서도 떡갈나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참나무류를 한 번씩 언급하려 한다. 그만큼 참나무류는 우리나라 생태학에서도 아주 중요한 나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를 많이 주워봤어도 그 열매를 얻게 해준 꽃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나 역시 이번 조사를 통해서 참나무의 꽃을 기억하게 되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거뭇거뭇하고 다른 참나무에 비해 투박한 느낌의 가지만 있었는데, 어느덧 새순이 나오면서 꽃까지 피운 녀석을 보니 참 반가웠다. 잎을 완전히 키우기 전인 5월쯤, 떡갈나무는 한 나무에서 아래로 축 처지는 수꽃과 도토리가 열리는 그 자리에 위로 곧게 서서 피는 암꽃을 따로 피운다.
‘아름답다’라는 인상을 주는 그런 꽃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술이 꽤 많이 모여 있다. 참나무가 이렇게 꽃을 피워 수분을 하면 도토리가 열리게 되는 것인데, 도토리를 구황작물로 많이 먹었던 옛날 사람들은 참나무가 논을 들여다보고 흉년이 들면 더 많은 도토리를 내고, 풍년이 들면 그 양을 조금 줄였다고 믿었단다.
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 것이 실제로 쌀농사와 도토리의 결실량은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참나무가 꽃을 피워 수분을 하는 시기에 비가 많이 오면 모내기에는 아주 좋아 풍년이 들지만 참나무는 수분을 잘 하지 못해 결실량이 줄기 때문이라고 한다.
떡갈나무의 잎은 참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넓적하며, 황갈색 털이 보송보송하여 만져보면 까끌까끌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굴곡이 있어 참 멋스럽다. 떡갈나무의 도토리 역시 독특한데 총포비늘이 뒤로 젖혀지는 모습은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듯 참나무과의 대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떡갈나무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떡갈나무의 커다란 잎은 떡을 싸서 쪄먹었을 때 쓰였고, 수피는 적룡피라고 해서 천연염료로 쓰인다. 참나무 숯도 모두 알고 있듯이 참 좋다.
참나무의 꽃을 보고 싶다면 산 정상부근에 가보길 권한다. 그곳에 뿌리내린, 키가 참 아담한 참나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