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설의 아버지는 이인직이 아니라 이해조다.” 지금까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동농 이해조(1869~1927)의 이름은 동시대에 활동한 ‘혈의 누’의 작가 이인직에 가려져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해조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한국 근대문학의 중심은 이해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천 출신인 동농 이해조는 구한말 제국신문 기자, 대한협회 간부 등을 지내며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여권신장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바탕으로 작품의 폭과 범위를 깊고 넓게 한 작가다. 1910년 발표한 ‘자유종’을 비롯해 30여 편의 신소설로 개화사상을 널리 알리고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동농의 업적이 최근 활발히 재조명되고 재평가되는 것은 동농 이해조선생기념사업회 홍을표 회장(CHA의과학대학교 대외협력처장)의 역할이 컸다. 홍을표 회장은 지난 2005년 1월 이해조문학회를 창립한데 이어 2006년 10월 25일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 매년 추도식과 세미나, 강연 등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경기문화재단과 공동으로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해 그간 왜곡되고 폄하된 동농의 문학과 사상을 올바로 평가하고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홍을표 회장과 기념사업회는 지난 5년간 동농을 연구하고 재조명해 오면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 1869년(고종6년) 2월 27일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에서 인조의 셋째 왕자인 인평대군의 후손으로 태어난 동농 선생의 혈손을 찾은데 이어, 동농의 실제 인물사진과 생가터를 발굴하는데 성공했으며, 선생의 묘역을 정비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관내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종 독후감 대회’를 열어 지역 학생들이 동농 선생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이해조 선생의 신소설 <자유종>이 발간된 지 100주년. 홍을표 회장은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느라 더욱 분주해졌다. ‘자유종 100년제’를 위해 300여 명이 참가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3월 중 발족되는 위원회는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학계원로, 지역원로, 대학총장, 각급 문화예술기관단체장, 시의원, 도의원, 관련학과 교수 및 학자들 총 망라할 예정이다.
83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묘역에 표지석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포천시 관내 도서관에서 동농 선생 특별 도서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품과 유품 등 동농의 모든 흔적과 유산을 수집해 포천의 공공도서관에서 선보이겠다는 것.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는 서울 동숭동 예술회관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공동 주최로 ‘자유종’ 공연이 펼쳐진다. 홍을표 회장은 “동농의 문학과 사상을 창작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동농선생은 100년 전 정신은 우리 것으로 새롭게 하고 물질문명과 제도는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자는 이른바 중체서용(中體西用)의 근대화론을 작품을 통해 주장했지만, 유교적 명분론과 소중화(小中華)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지배층의 고식적인 대응으로 국권회복의 기회를 빼앗겼습니다. 100년 전에 근대화에 실패한 경험을 반성하고 동농선생의 선구적 안목으로부터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포천중문의대 보건복지대학원을 나온 홍을표 회장은 현재 CHA의과학대학 대외협력처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경기북부시민포럼 상임대표, 포천시 교육발전특별위원․건강가정센터 운영위원, 포천시 은빛아카데미원장 등을 지내며 지역의 각계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홍을표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포천이 낳은 선각자인 동농 선생의 기념사업회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포천을 문화도시로 바꾸고, 차의과학대학이 약대 유치와 부속병원 건립으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데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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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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