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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의 환경일기=16] 선산에 다녀와서


한승필 기자 / 입력 : 2009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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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월요일 날씨 : 일교차가 크고 맑은 날

10월 1일 밤, 우리 가족은 추석을 앞두고 고창에 있는 큰 아빠 댁을 향해 출발했다. 포천을 벗어나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지연아, 다 왔다. 내리자.” 하시는 아빠 목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큰집에 도착 해 있었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큰 아빠랑 우리 아빠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조상님들 산소 벌초하는 문제를 말씀하셨다. 그동안은 큰아빠께서 하셨는데 몸이 편찮으시고 힘드니 다음부터는 벌초를 대행하는 업체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사촌 오빠가 내려오면 시키려고 아직 벌초를 하지 못했다고 하시자 엄마랑 아빠는 “저희가 하고 올게요.” 하고 입을 모으셨다.

그리고 내게, 내가 태어나기 전에 꿨던 꿈 얘기를 해 주시겠다며 함께 가자고 하셨다. 큰 집 앞에 나가 서신 엄마는 “지연아 꿈에 이 길에 말이야, 하얀 소복이나 옛날 옷 같은 것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그 사람들이 저 아래 길에서 산 쪽을 향해 정신없이 쫒기 듯 달려 올라가는데 엄마가 꿈에 이 자리에 서서 구경하다가 왜 달려 올라가는지 궁금해서 막 달려 올라가려고 하는데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가 언제 나타나셨는지 엄마 팔을 꽉 잡는 거야.

그리고는 옛날에 재래식 화장실이었던 곳으로 끌고 가더니 불을 끄고 그곳에 숨어있으라고 하시더라. 한동안 숨죽이고 있다가 답답해서 불을 켜 보려고 전등 줄을 찾았지. 옛날에는 천장에서 줄이 내려져 있고 그 끝에 동그란 스위치가 있어서 그걸 누르면 불이 들어왔거든. 불을 딱 켜 보니까, 천장에서 커다란 뱀이 슬슬 내려오는 거야. 엄마가 깜짝 놀라서 ‘엄마야, 뱀이다.’ 하고 소리쳤더니 문 밖에서 할아버지가 생전 듣지 못한 큰 소리로 ‘누가 불 켜라고 했어. 불 꺼!’ 하고 호통 치시는 거야.

엄마가 뱀이 내려와서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도 불 켜면 큰일 나니까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하시더라. 그리고는 잠을 깼는데 알고 보니 네가 엄마에게 오려는 태몽이었어. 어느 누구도 조상이 없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 지연이는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에게 보내주신 귀하고 소중한 선물이야. 그러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함께 벌초하고 성묘하자.” 라고 말씀하셨다.

선산에 올라가는 길은 험했다. 가시에 찔리고 풀에 긁히고 벌레에 물리고... 앞서 가시며 낫으로 탁탁 풀을 베어 주시는 아빠 뒤를 따라 올라갔는데도, 엄마께서 들려주신 태몽 이야기만 아니라면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엄마는 벌초를 하시며 “이 다음에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서 저 나무에 수목장 해 줘.”하시며 죽은이의 아파트 같은 납골묘도 싫고 죽은 후에 내 집 갖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훨훨 날아 돌아가는 것이 좋은데 자식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부모를 추억하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깔끔하고 보기도 좋게 수목장을 원한다고 하셨다. 난 죽음에 대하여 말씀하신다고 펄펄 뛰며 화를 냈지만 지금 생각 해 보니 엄마의 말씀이 옳은 것 같다.

추석을 하루 앞둔 날이었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아서 풀이 우거지거나, 무너져서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던 주인 모를 무덤들을 생각하니 돌아가신 후에 꼭 산소를 만들어 드리는 것만이 효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이지연 / 포천신문 학생명예기자 (skfkgks3@hanmail.net)
한승필 기자 / 입력 : 2009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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