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호를 거듭하며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출판물로 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내용의 글이 실리며, 간행 주기에 따라 주간·순간·월간·계간으로 나눈다.’ 잡지는 다른 매체와 달리 너무도 다양한 내용을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짧게는 매주 수많은 잡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광고나 판매부수에 의존하다보니 내용도 독자취향에 맞춰 천차만별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잡지의 사전적 정의가 무색할 정도로 책의 성격과 상관없이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은 잡지들도 많다. 한편으론 투표와 평가를 굉장히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랭킹(순위)을 좋아하는 구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인지 다양한 분야의 순위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잡지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경제 분야의 조사 분석 결과를 잡지에 발표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1년부터 시작한 매년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죽은 사람들(Dead Celebrities The Top Earners)’은 죽은 후에도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조사 분석한 기발한 내용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매년 그 결과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
흥행 인기 높았지만 작품 완성도 떨어져
포브스지가 경제 분야의 독특한 조사 분석을 해오고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랭킹을 조사 분석하는 전문지로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라는 잡지가 단연 돋보인다. 미국영화연구소 AFI (American Film Institute)도 10년마다 최고의 영화를 뽑는 투표를 실시하여 순위를 지면에 발표하고 있지만 단일 잡지로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세밀한 조사 분석을 통해 연예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모든 부문에 걸쳐 상당히 객관적인 통계 결과를 게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많은 분야들 중에서 영화에 관해 발표된 순위도 각 부문별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1980년에 개봉된 뮤지컬 <페임(Fame)>도 그 조사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페임> 마니아들이 실망할 정도로 그 결과는 상당히 의외다. 댄스 뮤지컬 <페임(Fame)>은 1980년대의 대표적인 뮤지컬로 런던에서 10년 넘게 장기공연을 했고 TV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80년대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틀곡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음반 판매고까지 기록했던 초특급 뮤지컬이다. 개봉당시의 흥행과 인기 그리고 노래들이 현재까지도 애창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랭킹조사에 있어서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은 놀랍다. 실망스러운 결과이긴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따져보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AFI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권위 있는 두 곳에서 조사한 최고의 뮤지컬 부문 25선(25 Greatest Movie Musicals of All Time)에 <페임>의 자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 비록 ‘최고의 하이 스쿨 무비 50선(50 Best High School Movies)’에는 이름이 올라있지만 하위권인 42위에 랭크되어 있다. 최고의 뮤지컬을 뽑는 기준은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흥행성과 작품성을 세분화해서 골고루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는 대체적으로 믿을 만하다. <페임>은 1980년대의 모든 뮤지컬이 그랬듯이 당세풍의 뮤지컬로써 현재에는, 적어도 작품성 면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특히 하이 스쿨 뮤지컬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극의 내용 속에 낙태, 포르노, 약물, 자살 등의 문제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뮤지컬의 특성상 일반적인 뮤지컬로도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는 1978년에 개봉된 뮤지컬 <그리스(Grease)>가 최고의 뮤지컬 부문 1위에서 부터 20위 까지를 넘나들고 최고의 하이 스쿨 뮤지컬 21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로 두 뮤지컬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1980년대는 댄스 뮤지컬이 호황을 이룬 시대였다. 댄스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자칫 단순한 스토리와 뻔한 결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 <페임>은 적어도 진부한 소재를 가진 뮤지컬은 아니었다.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상당히 많은 하이 스쿨 뮤지컬들이 만들어졌는데 <페임>은 예술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독특함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페임>은 뮤지컬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줄거리 전개에 있어서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어 많은 표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러한 아쉬움 때문인지 2009년에 리메이크되어 현재 개봉 일에 맞춰 재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네티즌들의 많은 호응 속에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서 2009년 9월에 개봉될 <페임>이 보고 싶은 이유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최근의 트렌드답게 화려한 음악과 볼거리가 40%를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직 개봉전이지만 배급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덕션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의 젊은 감성으로 완성된 뮤지컬 영화답게 ‘파워풀한 열정이 묻어나는 댄스와 화려한 음악과 볼거리’가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고를 꿈꾸며 불굴의 도전을 하는 천재들이라는 트렌디한 스토리와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수상, 세계적인 실력파 뮤지션 드림팀에 의해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 된 주제곡 FAME’ 등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80년 버전의 다소 무겁고 어두운 면이 깔려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새로운 버전 <페임>은 이전 버전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1980년 버전의 줄거리는 뉴욕에 위치한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시작되며 뉴욕의 오디션 문화를 연상케 하는 노래, 연주, 악기 소리와 복잡한 버스, 지하철 소리가 교차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어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등장해 노래를 시작하고, 잠시 후 손에 합격통지서를 하나씩 든 상큼한 신입생들이 쏟아져 나와 신나게 춤추며 노래한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이어서 이들의 경쟁적인 4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펼쳐지는데 사랑과 갈등, 빨리 스타가 되고 싶은 조급함으로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간다. 결국 학생들은 인생이 그렇듯이 각자 성공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실패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재기를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과 좌절을 맛보고 자살하는 사람 등으로 명확히 구분된 후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페임>2009 트렌드 맞춰 제작, 재평가 기대
댄스 뮤지컬다운 화려한 요소도 눈에 보이지만 현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독의 의도로 인해 작품의 진지함과 함께 상당히 어두운 면도 노출되어 있다.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인기를 얻지 못한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그저 화려한 스타의 모습을 동경할 뿐이다. 하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재능을 발휘하면서 노력을 계속한 결과 꿈을 이루어 가는 학생과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학생들을 보면 현재의 우리 학생들의 모습과 다름 아니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목표를 찾아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는데 화려한 무대 뒤에 감추어진 젊은이들의 숨은 노력과 땀, 절망과 죽음이 1980년 버전 <페임> 속에 녹아있다.
댄스뮤지컬의 진정한 매력이라면 생동감 넘치는 춤과 노래 그리고 극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훌륭한 사운드 트랙에 있다. 디지털 HD 시대에 <페임>의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좀 더 즐겁고 선명하며 좀 더 강렬함을 원하는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페임>2009는 아직 개봉전이지만 이전 버전의 어두운 색깔을 벗고 새로운 줄거리로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춤의 세계에 빠져보고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을 대변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