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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85] 올 댓 재즈(All That Jazz, 1979)

자기고백적인 자전적 뮤지컬
윤우영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10일
 
↑↑ (All That Jazz, 1979)
ⓒ (주)포천신문사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작가 최정희는 숙명여자고보를 나온 후 1930년에 일본에 건너가 학생극예술좌(學生劇藝術座)에 참여했으며 귀국 후〈삼천리〉기자로도 활동한 지식인이었다.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기에 초기에는 주로 개인의 문제를 고백적인 수법으로 그리다가 차츰 객관적 리얼리즘과 민족적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작품을 발표하였다.

최정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파탄은 대부분 그것이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당시의 제도적 압력과 깊게 관련되어 하나의 문제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심각한 문제를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일제강점기의 제도적 압력이 뒤에 도사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비록 잠시나마 친일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자기고백을 통해 오히려 독자들에게 구원을 받고 결국 민족적 역사의식으로 발전한 작가로 볼 수 있다.

우리 정치가들에게 큰 교훈 주는 포시의 삶

현재 많은 한국의 정치가들은 민족적 역사의식을 지니기는커녕 자기고백도 할 줄 모르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정치가들이 기만적인 정치공세를 보이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던 그 시대로 후퇴하는 듯하다.

현재 시점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은 어찌 보면 인권탄압일 수도 있고 일부 불순세력에 대한 단호함으로 볼 수도 있다. 역시 현실이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는 거지만 과거의 부끄러웠던 정치현실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되어 난무하는 온갖 정치공세는 정치권을 벗어나 일부 종교계에 까지도 혈안이 되고 있는데 정치발전을 기대해온 선량한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뒤로 하고 기득권 수호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권과 일부 종교계는 자기반성을 하고 진심으로 자기 고백을 통해 역사와 민족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자기고백을 통해 민족적 역사의식을 구현한 한 여류작가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자기고백을 통해 대중의 구원을 얻은 포시의 삶은 현재 우리의 정치가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의 연출가, 안무가, 영화감독이며 댄서이기도 했던 밥 포시(Bob Fosse, 1927∼1987)는 자신이 쓰고 감독한 뮤지컬 <올 댓 재즈(All That Jazz, 1979)>로 인해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자전적인 뮤지컬 <올 댓 재즈>를 통해 자기고백을 했던 밥 포시는 엄청난 질책과 성공, 모두를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보드빌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발레와 탭 댄스를 접하면서 성장한 밥 포시. 그가 어린 시절 공연장에서 본 무용수들의 선정적인 몸짓과 자세는 후에 밥 포시의 안무의 트레이드마크인 관능적인 안무스타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처음으로 관능적인 춤을 선보였던 안무가이자 재즈 댄스의 아버지 잭 콜의 스타일을 받아들여 포시의 에로티시즘은 유머가 가미되면서 50년대 중반 이후 새롭고 독특한 안무 스타일을 창출했다.

하지만 뮤지컬 <시카고>와 <캬바레>의 성공은 밥 포시에게 커다란 시련도 안겨주었다.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된 밥 포시였지만 쉴 새 없는 작업과 절제하지 않은 생활로 인해 여러 번에 걸친 결혼생활의 파경은 물론 급기야 건강마저 해치고 과도한 흡연으로 인해 심장마비를 겪기도 했다. 1979년에 밥 포시는 마치 무절제했던 자신을 고백하고 폭로하듯 자전적인 뮤지컬 영화 <올 댓 재즈>를 만들게 된다.

아카데미(오스카)상에서 아홉 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1980년 프랑스 칸느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대상인 팜 도르(Palme d'Or)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미국 평단의 반응은 포시에게는 충격적일 만큼 냉소적이었다.

재기발랄하지만 시끄럽고 신경과민적 댄스, 감상적인 고백, 지나친 자부심, 에고(ego), 재미있지만 움츠리게 하고 질리게 하는 영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안무가 훌륭하지만 이 영화의 주요한 결점으로는 동기유발의 원인에 대한 실질적인 해석이 부족했다. -버라이어티(Variety)

춤은 열정적이고 대사는 통찰력이 있으며 영상은 뛰어나고 연기 또한 최고였다. 하지만 관객들이 감상하기 쉽지 않은 뮤지컬이며 때때로 제멋대로인 밥 포시의 못마땅한 자기혐오가 보인다. -TV 가이드(TV Guide)

밥 포시의 이야기는 비참하기까지 하고 조크는 아둔하고 불쾌하다. 노래와 댄스 루틴은 즐거움을 잃었다. -타임 아웃(Time Out)

오리지널 할리우드 뮤지컬의 명작

사실 <올 댓 재즈>는 기존의 밥 포시의 작품과는 색다르고 음울하고 그래서 관객들을 불안하게도 만드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밥 포시의 과거 스타일이었던 고난도 안무와 정통 재즈음악, 탄탄한 드라마가 어우러진 뮤지컬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담하지만 때로는 무기력함이 보이며 화려한 자기도취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신경과민과 감상적인 자기고백을 통해 자전적인 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고백을 통해 밥 포시는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가정과 건강을 잃은 자신에 대한 구원을 요청하고 새로운 삶을 염원했던 것일까? 하지만 평단은 밥 포시의 삶과 내면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자기고백을 하고 있는 그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대했다. 밥 포시는 좌절을 겪었고 <올 댓 재즈> 이후 두 편의 작품을 더 연출했지만 묻혀버렸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지만 밥 포시의 자기고백은 관객들에게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고 비록 감상적인 고백이었지만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으로 인해 구원을 받게 된다.

<올 댓 재즈>는 개봉하자마자 전 세계에 걸쳐 박스 오피스를 강타했으며 현재까지도 뮤지컬 명작의 대열에 올라있다. 사실 뮤지컬 <올 댓 재즈>는 아름다운 음악과 춤, 그리고 현혹적인 카메라 사용과 함께 뮤지컬 관객들에게 신랄하면서도 즐거운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풍부한 볼거리와 관능적이면서도 현란함이 영화 속 가득 채워져 있으며 춤 장면들은 압도적으로 다이내믹하다. 눈부신 안무와 빠른 장면전환, 그리고 성적인 관능미는 밥 포시의 트레이드마크를 다시 보는 듯하다.

평단의 지탄의 대상이었던 감상적이며 에고적인 면도 밥 포시의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올 댓 재즈>는 2006년 미국필름협회(the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뮤지컬 14위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1970년대 만들어진 몇 안 되는 오리지널 할리우드 뮤지컬의 명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내에 DVD로 출시되어 있으며 한 번쯤 꼭 봐야 할 뮤지컬이다.
윤우영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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