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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비정신=135]

너무 영리하다는 이유로 애첩을 버려야만 했던 이덕형
리효종 기자 / 입력 : 2009년 04월 21일
↑↑ 리효종
한국한시협회 포천지회장
ⓒ (주)포천신문사
선조(宣祖)가 창덕궁을 수리하는 동안에 영의정으로서 대궐을 떠날 시간이 없었다. 선조의 부름이 수시로 있게 되고 살펴야 할 안팎의 일이 너무나도 많았으므로 대궐 근방에다 소실을 데려다 놓고 음식을 짓도록 하였다.

날씨가 몹시 더운 여름날이었다. 대궐을 나온 한음 이덕형은 지치고 목도 말라서 말할 기력조차 없었다. 첩을 보자 힘없이 손을 내밀었다.

첩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제호탕(물을 대신한 보약)을 바치는 것이 아닌가? 이를 받아든 한음은 감격한 눈으로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다가 내 뱉듯이 말했다.

“이제 나는 너를 버려야겠으니 너는 당장 너 갈 데로 가거라.”

이덕형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너무도 뜻밖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한 소실은 그날 밤을 눈물로 지새고 이튿날 한음과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백사 이항복을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오성 역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음 상공이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남다르거늘 그렇게 가볍게 버리다니....?, 내 마땅히 물어보겠다.”그 길로 이덕형에게 가서 다짜고짜 물었다. 그러자 이덕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녀가 죄가 있는 것이 아닐세. 내가 그 날 주상께 너무 많은 국사를 아뢴 까닭에 목이 마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말도 할 수 없어서 손을 뻗었더니 그녀가 미리 준비했던 제호탕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 영리하고 총명함이 사랑 받을 만하지 않은가? 제호탕을 받아들고 그녀의 얼굴을 보니 예쁜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네. 그때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네. 난리는 아직 완전히 평정하지 못하여 국가의 안위가 어려운 이때 영상의 몸인 내가 사랑에 빠진다면 큰 일을 그르칠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할수 없이 이 사랑을 모질게 끊어버림으로써 나라 일에 마음을 쏟자는 결심을 한 것일 뿐 그녀에게 죄가 있는 것이 아닐세.”

말을 다 듣고 난 백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탄하였다.

“영공의 그런 행동은 나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참으로 열렬한 대장부의 행동이오.”

이덕형(李德馨)
1561년(명종 16) ~ 1613년(광해군 5)
본관은 광주(廣州). 자는 명보(明甫). 호는 한음(漢陰), 쌍송(雙松).
1580년(선조 13) 문과에 급제. 1591년(선조 24) 예조참판. 대제학.
1592년(선조 25) 임진란이 일어나 왜병이 대거 침입하자 죽음을 무릅쓰고 단기(單騎)로 왜진 진영에 들어가 왜장에게 그 부당성을 질타, 즉각 철군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듣지않자 돌아와 청원사(請援使)가 되어 명나라에 가서 원병(援兵)을 요청하여 지원군 파병에 성공했다.
대사헌(大司憲), 병조판서, 이조판서 역임. 1598년(선조 31) 38세로 우의정에 승진, 이어서 좌의정, 이듬해 영의정에 승진.
1631년(광해군 5) 정인홍, 이이첨의 무리가 영창대군의 처형과 인목대비 폐모론을 들고 나오자 이를 극력 반대하다가 이항복과 함께 삭탈관직 됨.
임진란이 종료되자 호성공신(扈聖功臣)에 책록되었으나 모함하는 자가 있자 책훈을 사양하자 선조가 왜란이 일어나자 죽음을 무릅쓰고 단기로 적진에 들어가 적장과 담판하고, 또한 청원사로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오게한 공로가 막중한데 어찌 작훈이 없을소냐 하였으나 끝내 고사하고 받지 않았다. 시호는 문익(文翼).
포천의 용연서원(龍淵書院), 상주의 근암서원(根巖書院)에 제향 됨.
리효종 기자 / 입력 : 2009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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