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오후 07:36:5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

[뮤지컬 이야기=81] 반(反)문화집단의 젊은이들과 폭주족, 그리고 <그리스(Grease, 1972)>


윤우영 기자 / 입력 : 2009년 03월 30일
반(反)문화집단의 젊은이들과 폭주족, 그리고 <그리스(Grease, 1972)>

오래 전에 인터넷에서 폭주족들에 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모 방송국에서 폭주족들을 취재하는 과정 중에 몇 명의 사상자를 냈던 사건을 보고 인터넷에 올린 글이었다. 대한민국의 폭주족들은 매스컴이 양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폭주족들에 대한 무관심과 지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그들만의 코드가 있기 때문에 결국 폭주족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글에 의하면 폭주족들은 일반인의 정서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들 젊은 폭주족들에 대한 해결방안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들의 욕망의 분출구는 심야 아스팔트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폭주족의 원조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안정을 원하던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 대항한 1950년대 젊은이들의 폭발 직전의 심리적인 표현이었다. 1950년대 기존질서에 대한 불신과 관습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타이트한 오토바이용 부츠, 지퍼가 많은 바이크 가죽 재킷에, 각진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반항아의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1950년대 미국의 폭주족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각종 매체에서 다루어졌는데 영화나 연극의 단골소재로도 인기가 있었다. 한 때 홍콩영화에 오토바이를 탄 반항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오토바이폭주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마치 멋으로 비춰질 때도 있었다. 워킹 클라스의 반항적인 폭주족과 부유한 가정의 소녀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런 전형적인 플롯은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렇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의 반항이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어 많은 작품들이 보편성을 지니지는 못했다.

앞서 인용한 글의 글쓴이가 대한민국 1%들이 꿈을 펼치는 현장이 아스팔트라고 외쳤는데 하필 왜 차도인 아스팔트 위여야 하는지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그 글을 쓴 사람은 그들을 모터스포츠 마니아로 끌어내기엔 한국 모터사이클 토양이 너무 척박하기만 하다고 주장하는데, 폭주족들이 진정으로 모터사이클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데 탈 장소가 없어 죽음을 무릅쓰고 아스팔트 위로 나오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이유가 어떻든 폭주족들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임에 틀림없지만 그에 앞서서 그들의 반항과 욕망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 먼저 진단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1950년대에 사회적으로 부딪힌 문제가 보수주의와 순응주의에 대항한 젊은이들의 반항이었다. 변화된 젊은이들의 문화와 성적인 관심은 1960년대까지 록큰롤에 몸을 흔들며 성적인 혁명과 개인주의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1972년에 초연된 뮤지컬 <그리스>는 195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10대인 틴에이지 임신과 반항아들의 폭력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담고 있었다. 작품의 테마 속에는 사춘기에 들어선 10대들의 사랑, 우정, 반항, 성적인 천착등이 포함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계급의식과 계급의 갈등 같은 문제도 다뤄지고 있다. 보수적인 샌디(Sandy)와 반항적인 대니(Danny)의 갈등과 사랑 이면에 폭주자동차, 헤어크림, 로큰롤 같은 1950년대 미국 고등학교의 감정적이고 열광적인 추억들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첨가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제목인 그리스는 1950년대 미국 노동계급의 젊은 반(反)문화집단, 즉 그리저(The greasers)에서 차용되었는데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젊은이들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그리스, 즉 머리에 바르는 기름을 뜻하기도 한다.

1972년에 초연된 <그리스(Grease)>는 현재 서울의 대학로에서도 자주 리바이벌되어지는 친숙한 뮤지컬이다. 특히 대학연극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한데 2008년에 타임 매거진(TIME magazine) 에 의해 조사된 기록을 보면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인기 있는 작품으로 선정되고 있다. 하지만 초연당시에는 논란이 많았던 작품으로 비록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보수적인 인텔리 계층의 관객들에게는 외면당하기도 했다.

스콧 밀러(Miller, Scott, Inside Grease 2007, 3. 30)에 의하면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외설적이고 노골적이며 호전적인 동시에 통속적인 뮤지컬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재공연을 통해서 초연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이 삭제되고 정리되었는데 현재는 모든 계층이 좋아하는 즐거운 뮤지컬로 사랑 받고 있다.

<그리스>는 <코러스 라인>이 1975년에 초연되기 전까지 역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랜 장기공연으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작품이다. 특히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여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이 주연한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자 원작이 영화로 인식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72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까지 총 3천388회라는 공연기록을 달성했는데 2009년 현재까지 전 세계의 역대 뮤지컬을 통틀어서 12번째의 흥행기록이다. 짐 제이콥스(Jim Jacobs)와 워렌 캐세이(Warren Casey)의 합작품인 <그리스>는 시카고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으며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로 입성했는데 수많은 지방순회공연과 함께 1990년대까지 최고로 인기 있는 브로드웨이 레퍼토리였다.
<그리스>는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하거나 그들이 거쳐 간 무대였다. 남자 주인공인 대니(Danny) 역을 맡았던 역대 배우들 중에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 리처드 기어(Richard Gere),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의 이름이 보인다. 특히 1982년에 영화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로 스타덤에 오른 리처드 기어는 우리에게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시카고(Chicago)> 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무명시절이었던 1973년에 영국초연 무대에서 대니 역을 했지만 단기간 공연으로 끝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순수하고 예쁜 캐릭터인 주인공 샌디(Sandy) 역에는 가수이며 영화버전 <그리스>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미스 사이공>의 주역 레아 살룽가(Lea Salonga), <캐츠>와 <에비타>의 스타 일레인 페이지(Elaine Paige) 등이 유명하다. 터프하고 신랄한 캐릭터로 샌디와는 대조적인 베티(Betty) 역은 의외로 많은 스타들이 거쳐 갔다. 그중에서도 특히 브룩 쉴즈(Brooke Shields)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미 15세 나이에 ‘캘빈 클라인’청바지 모델로 섹시함을 자랑했던 브룩 쉴즈였는데 영화 <푸른 산호초(The Blue Lagoon)와 <엔드리스 러브(Endless Love)>에서 보여준 브룩 쉴즈의 매력이 베티 역하고도 잘 어울렸을 법하다. 나인 투 화이브(9 to 5)- 우리에게는 모닝 트레인(Morning Train)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의 가수 시나 이스턴(Sheena Easton)도 이름이 올라있는데, 특히 데비 분(Debby Boone)이 샌디가 아닌 베티 역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깝다. 데비 분은 21살이었던 1977년에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가수였다. 그녀가 부른 유명한 노래 유 라이트 업 마이 라이프(You Light Up My Life) 는 곧 데비 분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노래였는데 <그리스>에서 자신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베티 역을 맡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윤우영 기자 / 입력 : 2009년 03월 30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