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영국유학시절이었던 90년대 초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의 티켓을 사기 위해 새벽 7시부터 공연장 매표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이미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고 다섯 달 이상 예약이 밀려있었던 터라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나마 예약이 취소된 리턴 티켓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11월이었고 비가 변덕스럽게 뿌려졌던 전형적인 쌀쌀하고 눅눅한 영국날씨였는데 새벽부터 기다려서 2시쯤 되었을 때 운 좋게 티켓을 구입해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나마 운이 없으면 한정된 티켓이 동이 나서 5시간의 기다림이 허사가 되기도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아예 담요나 침낭을 가지고 와서 편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데 이런 광경은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연장 진풍경 중의 하나로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의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나중에 관객이 떨어져서 빈 좌석이 있을 때 공연을 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롱런을 하는 뮤지컬들은 10년이 지나도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라는 단어는 종종 쇼 비즈(showbiz)라는 줄임말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때때로 텔레비전 뉴스 사업을 지칭하는 전문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쇼 비즈니스는 주로 사업적인 측면에서 에이전트들, 매니저들, 프로듀서들 그리고 프로덕션(제작사)이나 배급회사들을 말하기도 하며 그 사업에 관련된 예술가들이나 공연자들, 작가들이나 음악가들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연극과 음악의 라이브 쇼(live 'shows')라는 개념에 적용되는 용어이다. 쇼 비즈니스라는 용어는 특히 20세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쇼 비즈니스 중에서도 뮤지컬 분야는 음악 분야와 함께 천문학적인 돈이 거래되는 그야말로 국가 산업의 일부분이다. 공연이 히트를 하게 되면 장기공연을 하게 되고 흔히 말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픈 런(Open Run)에 돌입하게 된다. 공연 기간은 사업에서 흔히 말하는 손익계산을 통해 이익이 창출되는 어느 시점까지 이루어지는데 때때로 <캐츠(Cats)>처럼 세계 최장기 롱런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일정기간 공연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캐츠(Cats)>는 1999년 당시 관객이 떨어져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최장기 공연기록을 지니고 있었던 <코러스 라인(Chorus Line, 1975~1990)>의 기록을 뛰어 넘기 위해 1년 조금 넘게 공연을 더 연장했었다.
현재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우고 있는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다. 영국에서는 1986년에 초연되었지만 아래의 기록은 미국 브로드웨이의 공연만을 계산한 것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몇 배 이상의 공연 횟수와 관객동원을 기록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8년 1월 26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이 시작된 이래 2009년 3월 1일 현재까지 22년 동안 끊임없이 공연되었고 8,771회라는 놀랄만한 공연기록으로 브로드웨이 최장기 롱런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스케줄로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22년 동안 1,607개의 좌석을 갖춘 마제스틱 극장(Majestic Theatre)에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림잡아 계산을 해보아도 1천4백만명 이상이 관람을 했으며 관객수입을 전부 합하면 약1조원 이상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르고 있다. 이 정도의 쇼 비즈니스라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산업에 비견될 정도이며 한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여겨질 만큼 막대한 자금이 유통되는 곳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최장기 공연 2위에 올라있는 <캐츠(Cats)>는 영국에서 건너와 1982년10월 미국초연을 기록한 이래 2000년9월 막이 내릴 때까지 19년 동안 총 7,485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물론 영국에서는 21년간 공연이 지속되어 영국 뮤지컬의 신기원을 이루기도 했다. 3위는 <레미제라블(Les Mis rables)>인데 1987년3월에 초연되었고 2003년5월에 막이 내릴 때까지 총 6,680회 공연기록을 세웠다. 물론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는 2006년에 21주년을 맞이하며 종전 <캐츠>가 세웠던 기록을 갱신하였는데 현재까지도 웨스트엔드에서 세계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4위에 올라있는 작품은 <코러스 라인>이다. 대부분의 순위에 올라 있는 최장기 뮤지컬들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만들어진 영국의 뮤지컬들임을 감안해 볼 때 <코러스 라인>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 뮤지컬의 명작이다. <캐츠>에 의해 최장기 기록이 갱신되기 전까지 <코러스 라인>은 미국 최고의 명작 뮤지컬이었으며 최장기 흥행 뮤지컬로 미국 쇼 비즈니스의 자존심이었다. 다른 흥행 뮤지컬들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관객의 가슴을 움직이거나 특수효과를 사용해서 시각적인 볼거리가 많은 작품도 아니었지만 <코러스 라인>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의외의 호평을 받으며 1990년대 말까지는 세계 최장기, 최고 흥행 뮤지컬로 군림했었다.
<코러스 라인>은 코러스 선발 오디션을 받는 17명의 브로드웨이 댄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명 백 스테이지 뮤지컬이다. 19명의 메인 캐릭터들은 브로드웨이 극장의 베어 스테이지 위에 선다. 댄서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연출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들려주면서 오디션을 위해 춤을 춘다. 이 뮤지컬은 1975년 5월에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막이 올랐는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티켓이 즉석에서 완벽하게 팔렸고 두 달 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정식 세계초연을 갖기에 이르렀다. 마이클 베네트(Michael Bennett)의 안무와 연출에 의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전례 없이 평단의 호평과 함께 박스오피스의 대히트를 기록하며 9개의 토니상과 드라마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미국 작품으로는 최장기 롱런 뮤지컬로 남아있으며 거울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은 이 뮤지컬의 백미로 1985년에 만들어진 영화 버전에서도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움을 되새겨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