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뮤지컬 시장은 1970년대 이전까지 마치 미국이 뮤지컬을 만들어 전 세계에 작품을 배급해 주는 것처럼 일방적인 관계로 인식되어져 왔다. 물론 현재까지도 브로드웨이가 전 세계의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1970년대에는 경제적으로나 작품공급 면에서 브로드웨이가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창작 뮤지컬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미국의 브로드웨이는 웨버와 손드하임이라는 두 거장을 배출했는데 이들의 전설과도 같은 업적은 오늘날에 까지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물론 1970년대에 두 거장의 작품이외에 위대한 뮤지컬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아래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리바이벌되어 공연되고 있거나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한 작품들이다. <가스펠(Godspell, 1971)> <그리스(Grease, 1972)> <코러스 라인(Chorus Line, 1975)> <시카고(Chicago, 1975)> <애니(Annie, 1977)> 등이 1970년대의 대표작들인데 특히 <코러스 라인>이나 <시카고>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웨버나 손드하임의 작품들을 능가하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2년에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패전으로 끝을 맺었다. 1974년에는 대통령이었던 닉슨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하며 큰 충격을 안겼지만 미국은 다시 보수적이 되면서 어느 시대보다도 돈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1970년대는 보수적인 시대에 경제적인 안정에 큰 의미를 둔 시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 1960년대를 휩쓸었던 히피(hippie)의 문화도 이와 함께 점차로 퇴색되어 갔다. 미국 사회가 보수화되기 직전에 만들어진 뮤지컬 <가스펠(Godspell, 1971)>은 기독교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이 초연되었을 때 미국 사회는 다시 한 번 히피 문화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었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입었던 의상이나 외형적인 모습이 다분히 히피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곡을 담당했던 스티븐 쉬바르쯔가 1999년에 명쾌하게 해명했듯이 광대를 닮은 컨셉으로 만들려했던 등장인물들의 외형으로부터 오해가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시 오해는 일파만파 되어 마치 작품의 내용과 사상 속에 히피문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 특히 주름이 있는 깃털장식의 외형적인 모습은 광대에서 착안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다분히 히피적인 이미지를 지녀 논쟁을 가속화시켰다. 사실 <가스펠>이 만들어졌던 시기는 아직 히피 문화가 사회 여러 곳에 뿌리깊이 박혀있던 시대여서 제작자들이 그 문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당시로서는 히피 문화를 반영했다고 해서 사회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기독교적인 문화로 형성된 미국에서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히피적인 이미지를 지워야했다.
히피문화는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여 20세기의 대표적인 청년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 그 상징은 보수적 성향에 반항하고 반전사상을 표현하는데 있었다. 이들의 파격적인 외형 때문에 흔히 히피라는 용어의 대명사가 되었는데 남자의 경우 장발과 기른 수염에다 커다란 펜던트를 착용하는 것이 관례였고, 여자들은 미니스커트에 샌들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모습은 보수적인 가치를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었다. 이들은 플라워 췰드런(flower children) 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는데 자신들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무장하고 막아 선 경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총구에 꽃을 꽂고 약물범죄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서도 꽃을 던져 그런 닉네임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히피들은 대부분 중산층 백인가정 출신이었고 공동생활을 지향했으며 LSD같은 약물을 탐닉했는데 이 세상에서 사랑이외엔 관심이 없는 것처럼 프리섹스를 즐겼다. 이들의 이상은 프로이트적인 무산계급이라고도 알려졌다. 1970년대에 서서히 자취가 사라져버린 히피문화는 1990년대 사이버 히피들과 비교가 되고 있다. 무소유와 자유로운 공동체라는 히피 정신은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 평등한 의사소통이라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정신으로 이어졌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보헤미안(bohemian)에서 히피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히피 문화의 논란에 휩쓸리며 만들어진 <가스펠(Godspell)>은 197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는데 대대적인 성공과 함께 1976년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여 1977년까지 총 2,600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대학 학생들의 프로젝트 공연으로 시작되었지만 대단한 호평에 힘입어 오프 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인기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교회나 아마추어 극단에서도 자주 공연되고 있다. <가스펠>은 마태복음에 기초한 작품으로 여러 개의 우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방탕한 아들(the prodigal son)이나 나사로(Lazarus)의 이야기 등 몇 몇 우화들은 누가복음(the Gospel of Luke)에서 비롯되었다. 예수의 수난을 포함한 전통적인 찬가들로 가사들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모던음악들 속에 수를 놓았다.
<애니(Annie)>는 마치 영국의 뮤지컬 <올리버>를 1930년대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놓은 듯한 작품인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다. <올리버>보다 깊이나 작품성 면에서 좀 떨어지지만 대중적인 면에서는 강점을 가진 뮤지컬인데 제작비를 좀 적게 들일 수 있어선지 국내에서도 종종 공연되고 있으며 영화로 더욱 알려져 있다. 한 재력가가 고아 소녀의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수양딸로 맞게 된다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로 1977년에 공연을 시작해서 다수의 토니상 수상과 함께 2,377회 공연을 끝으로 1983년에 막을 내렸다.
1972년에 초연된 <그리스(Grease)>는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현재 대학로에서도 자주 리바이벌되어지는 친숙한 뮤지컬이다. 특히 <코러스 라인, 1975>이 공연되기 전까지 역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랜 장기공연으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작품이다. 특히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유명한 여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이 주연한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자 원작이 영화로 인식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72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까지 총 3,388회라는 공연기록을 달성했는데 2009년 현재까지 전 세계의 역대 뮤지컬을 통틀어서 12번째의 흥행기록이다.
<시카고(Chicago, 1975)>는 초연 때 그다지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1996년에 리바이벌되자 초연 때 누리지 못했던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까지 5,100회 가까운 공연으로 역대 8위의 기록을 세우고 있고 올해 하반기쯤에는 2008년에 막을 내린 7위의 <렌트(Rent)>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카고>의 자세한 이야기는 1990년대 뮤지컬 파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리스>와 <애니>는 현재 DVD로 발매되어 있는데 역동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극장에서 라이브 공연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