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르 꽃술 털고 밤꽃이 여는 아침
장끼의 홰치는 소리 온 산을 울리면
사랑은 향기를 재워가며 푸른 빛을 만드네
시월의 솔향따라 이슬은 쉬어가고
소쩍새 사랑찾아 온밤을 지새워도 아침은 눈부신 햇살타고 초원으로 찾아드네
제몸을 털어내어 향기를 세워가도
밤새워 힘들어도 녹음은 짙어가네
푸른 빛 영원을 재워가는 사랑 초원의 꿈 영그네
감상=해설 김순희 시인은 초원의 푸른빛을 사랑한다. ‘꽃술’ ‘밤꽃’ ‘장끼’ ‘홰’ ‘솔향’ ‘이슬’ ‘소쩍새’ ‘햇살’ ‘초원’ ‘녹음’ ‘밤’ ‘꿈’ 등 옛 시인의 시문 속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아침 이슬 같은 영롱한 시어는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5월의 입구에서 푸른 빛과 향기를 내뿜은 초원 속으로 금방 달려가게 하고 만다. 그래서 김순희 시인의 마음은 불혹을 훨씬 넘긴 연륜에도 녹이 슬지 않고 늘 청초하고 보기 좋다. 시조는 우리 겨레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의 격 높은 고조(高調) 고격(高格)의 문학이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기리 빛날 문학작품도 시조에서 금맥을 찾고 빛을 낸다. 96년 『문학21』을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산사(山寺)를 찾아 참선하는 선인(禪人)이기도 하다. 마음자리는 탐욕스러우나 시문(詩文)의 기법이 뛰어난 시인은 많다. 그러나 청초한 이슬을 머금은 듯 연꽃향에 어울리는 고고(孤高)한 시인은 드물다. 여류시인 김순희를 통해 유리구슬 같은 노래를 기대할만 하다면 과찬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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