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줄기차게 거절하던 박위원장의 거절이유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박위원장은 할 말이 정말 많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이동초교 박상길 운영위원장. 말인즉슨 꼭 학교운영위라는 조직이 아니더라도 학교만 잘 굴러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언제인가 포천관내 학운위원장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갔던 그는 많은 실망을 했다고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자신의 입지를 높여줄 직위나 권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가 느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학운위가 도입된지 6∼7년이 흘렀지만 학운위 도입 목적이나 명분에 맞춰 학운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경우는 학운위가 다른 단체로 대체돼도 별 문제가 없어 학운위 도입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인 이동초교 학운위 구성은 지역위원 2인, 교사위원 3인, 학부모위원 6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지역위원 2인도 학부모로 사실상 모두 학부모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 위원장 자신을 포함한 4대가 이동초교를 나왔으며 학운위원들도 모두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어 학운위가 다른 학교 산하단체와 차별되는 지점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지금에 있어 학운위의 역할은 학교가 삐걱거리지 않고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운영에 도움을 준다면 문제될 것이 있겠냐는 것이다. “학운위 마음이 부모마음과 같은 것 아니냐”며 “각자 길을 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학운위가 할 일 같다”고 말하는 박 위원장의 가장 큰 바램은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 자신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곳이 없어 고생했던 어린시절 기억을 갖고 있는 터라, 그것 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아직까지 그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18년 공무원생활을 했던 박 위원장은 사업계획의 단기적 안목, 비효율적 예산집행 같은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시청각 학습 도구들이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못쓰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교육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위원장은 학부모들도 좀더 멀리 내다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교육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학원을 두 세 개씩 보내는 부모들도 있고 좀더 큰 학교를 찾아서 도시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전부 판·검사 시킬 겁니까? 내 아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소질과 적성을 개발해 주는 것이 진짜 필요한거죠” 아이와 함께 바다낚시와 사냥을 즐기는 박 위원장은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기만큼은 꼭 쓰게 한다. 일기를 쓰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것이지만 부모도 내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지게질을 했던 박 위원장이 보기에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약하다. 하지만 도시 아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래도 이동초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행복한 겁니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또 맘껏 뛰놀 수 있는 이동초교 어린이들이 좀더 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박 위원장의 바램은 진짜 21세기 치열한 경쟁사회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