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동에 위치한 포천교통장애인협회, 장애인들이 그룹홈 형태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 2년 전에 들어온 예은이는 제일 막내로 올해 3살이다. 그런 예은이가 피아노를 제법 친다. 전혀 피아노를 배운 적 없는 아이의 솜씨가 꽤 들을만하다. 아니 연주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놀랍게도 예은이는 안구가 10~20%밖에 발달하지 못한 시각장애아동이다.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짐으로 출생 후 한 달간 병원생활을 했고, 퇴원 후 바로 여기, 포천교통장애인협회에 맡겨졌다. 이후 외국입양이나 국내입양 등을 알아봤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예은이의 장애가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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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구원의 손길을 건넨 사람들이 바로 협회 유장주(37) 지회장과 부인 박정순(34)씨다. 유 회장 자신도 87년 교통사고로 인해 중증장애를 갖고 있었기에 복지시설로 가야할 처지에 놓인 예은이의 처지를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부인 박 씨가 선뜻 ?우리가 예은이의 부모가 되면 어떻겠냐?고 먼저 말을 건넨 것. 얘기를 꺼내자마자 이들은 출생신고를 통해 예은이를 부부의 호적에 입적시켰다. 처음에는 문고리에 부딪치고 턱에 넘어져 다치던 예은이, 이제는 방 구조가 익숙해졌는지 제법 혼자 잘 걸어 다닌다. 하지만 예은이는 집만 벗어나면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아빠 휠체어에 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애처롭기 그지없다. 보이지 않는 탓에 낯도 심하게 가린다. 또래 아이들이 온갖 사물들을 눈에 익히고 색과 음영을 구분해가지만 예은이에게 세상은 아직 암흑이다. "내 장애로 인해 다른 부모들처럼 함께 놀아주고 씻기는 등 예은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유 회장은 대신 수술을 통해 예은이의 시력을 조금이라도 되찾아주기 위해 여기 저기 도움 될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안구를 사는 방법밖에 없는데 경비가 만만치 않아 도움을 줄 후원자를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져봐야 하고 냄새를 맡아 봐야 하고 어린 예은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에요. 맑고 순수한 저 어린아이에게 적어도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우리에겐 미약한 가능성처럼 보이지만 예은이에게는 커다란 희망일테다. 피아니스트가 되든 또 다른 꿈을 이루든 이 어린 아이가 첫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발판 정도는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