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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25)

박종화 ‘청자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9일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릿다웁게 구을려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사월훈풍에 제비 한마리
방금 물을 박차고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거룩한 빛같이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내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짱 이는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묵은 고려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무늬 물결무늬
구슬무늬 칠보무늬
꽃무늬 백학무늬
보상화녀 불타무늬
토공이요 화가더라
진흙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청자기!


◀감상=해설 월탄(月灘) 박종화(朴鍾和)의 시이다. 월탄은 본래 소설가로 1901년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21살에 ‘백조(白潮)’를 창간하여 한때 백조시대를 이루었고 시집 「흑방비곡」 「청자부」 외 소설 「금삼의피」 「다정불심」 「전야」 「여명」 「민족」 「월탄문학선」이 있으며 예술원위원장, 문총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한국문단의 대표로 활약하였다.
님의 대표작은 「흑방비곡」과 「청자부」이고 소설은 모두 장편으로 한국에서 글을 아는 사람은 모두 한번쯤은 읽었을 만큼 독자가 많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청자부」를 통해 청자기를 사랑하고 조상인 고려의 민족혼과 예술혼을 노래하였으며 장편소설 속에서 연산군이나 이순신, 세종 등의 인간적 고뇌와 철학을 주인공의 입장에서 묘사하려고 애쓴 바 있었다. 「청자부」는 가슴뿌듯한 월탄의 조국사랑 예술사랑의 혼이 겹겹이 묻어나서 중·고 교과서에도 실리고 한국의 지성인은 월탄의 시 한편쯤은 모두 외우고 있었던 옛 생각이 난다. 월탄은 작은 키의 큰 거작을 남긴 위대한 문인이었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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