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오후 07:36:5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

[뮤지컬 이야기=75 ] 학생들의 필독서와 영화버전, 그리고<올리버(Oliver!, 1968)>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9년 01월 30일


윤우영(대진대 교수, 연출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가.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본 문제일 것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수능, 논술, 내신을 위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들이 많으니 싫어해도 읽혀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학부모들이다. 비단 학부모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력과 문제제기 등의 능력을 갖추게 해주려면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세상에 컴퓨터만 켜면 흥미진진한 게임과 놀이가 가득한데 지루하고 재미없는 고전을 읽다보면 아이들은 자꾸 한눈을 팔 수 밖에 없다. 또한 영어와 수학에 매달리다 보면 책 읽힐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 하는 학부모의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이들은 자녀들의 논술이나 내신을 위해서 필독서들의 요약본이나 줄거리를 찾아 밤새 인터넷 서핑을 해주는 것도 주저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영화버전이나 연극을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영화나 연극 감상은 좀 나은 편이지만 줄거리만을 읽거나 해야 할 과제를 다 하지 못해 돈을 주고 과제를 사는 경우는 더 심각한 문제이다. 고전 읽기가 입시준비를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세태에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비록 책 읽는 시간 때문에 수학문제 하나를 틀린다 해도 아이들이 고전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인데 한편으로는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도 있어 우리 교육의 딜레마가 아닐까 한다.


매년 여러 대학의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입시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자신이 준비해온 대사나 뮤지컬의 원작이 무엇이며 읽어본 적이 있는가 라고. 충격적인 것은 대부분의 입시생들이 원작소설이나 원작 뮤지컬을 읽거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의 노래를 부르면서 공연을 보지도 않고 인터넷에 떠있는 짧은 동영상을 본 것으로 작품 전체를 다 본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2년 전 입시에서 이런 경우가 있었다. 입시생 중의 하나가 영국 뮤지컬 <올리버(Oliver!)>에 나오는 낸시(Nancy)의 노래‘애스 롱 애스 히 니드스 미(As Long As He Needs Me)’를 불렀다. 스케일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공연되는 뮤지컬이라 하도 특이해서 노래 선정이유를 물어봤더니 학원선생님이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뮤지컬의 원작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 학생은 정확하게 대답했다.“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입니다.” 다시 한 번 내가 물어보았다.“그 소설을 읽어 보았나?” 그 학생 왈“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에 비디오로 영화를 봐서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그 입시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문제는 그 학생이 영화를 통해 보았던 올리버 트위스트의 이야기는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 결국 원작소설을 읽었다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방대한 스케일의 장편소설을 약 90분에 옮겨 놓은 영화를 보고 다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극히 드문 경우일거라고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필독서인 원작을 읽지 않은 학생을 만나 본 당시의 나의 심정은 참담했었던 기억이 난다.


1968년에 개봉되어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서 6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뮤지컬영화 <올리버(Oliver!)>는 비록 영국 뮤지컬이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이후에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비록 뮤지컬 영화버전이고 특히 가족 뮤지컬이지만 구성이 매우 탄탄한 드라마틱한 뮤지컬인데 가볍지 않은 영국 뮤지컬이 세계 영화시장의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다른 점도 많지만 <올리버(Oliver!)>는 원작소설에 충실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무대버전 뮤지컬과 두 번에 걸쳐 만들어진 극영화버전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의 경우가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뮤지컬영화 버전은 가족뮤지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지닌 드라마틱한 작품성을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뮤지컬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악한으로 나오는 빌 사이크스(Bill Sikes)의 경우 전반적으로 원작소설에 가깝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갑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 올리버가 법정에 서게 되었을 때 낸시가 그 재판에 비밀리에 참석하는 것도 원작에 가깝다. 특히 법정장면의 거의 모든 대사는 디킨스 소설에서 발췌되었다. 빈민원의 관리(magistrate)도 악한으로 그려지기보다는 항상 숙취에 빠져있는 무능한 술고래로 그려져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원작에 가깝다. 무대 뮤지컬에는 없지만 빌 사이크스가 어느 부잣집을 털 때 올리버를 데리고 가는 장면을 추가한 것도 원작소설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약간 다르게 만들어졌다. 빌 사이크스가 죽기 직전에 올리버를 납치해서 지붕위로 탈출하려는 장면은 런던 브릿지에서 벌어지는 원작과 다르며 마지막 쇼트도 페긴(Fagin)과 도저(Dodger)의 어둡지 않은 유머러스한 퇴장으로 표현되었고 자막이 나오는 크로징 크레디트는 경쾌한 노래에 실려 코러스들의 노래와 춤으로 흥겹게 끝을 맺고 있다.


원작소설은 1830년대 런던의 뒷골목을 무대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올리버는 아버지를 모르며 어머니도 고아원에서 그를 낳고 사망한다. 고아가 된 올리버는 빈민원이라는 고아원에서 심한 학대를 받고 자라는데 장의사에게 팔리게 되지만 런던으로 도망가게 된다. 거기서 올리버는 빈민굴의 아이들에게 소매치기를 시키는 악당 페긴 일당에 끌려들어간다. 올리버는 소매치기를 하려다가 동료의 죄를 뒤집어쓰고 체포되지만 다행히 친절한 부자의 도움으로 풀려나고 그의 보호를 받으며 악한들의 유혹과 협박을 이겨낸다. 그 후 그 부자가 올리버 아버지의 친구라는 것이 밝혀져 그의 양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게 된다.


디킨스는 이 장편소설을 통해 당시의 영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사회악에 대한 강력한 분노와 함께 그들을 도우려는 구호책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서린 작품이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뮤지컬 영화는 현재 DVD로 발매되어 있으며 영화버전도 두 편 모두 시중에 나와 있다. 세편 모두 비교해서 감상할 만한 명작들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9년 01월 30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