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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공명수]생태도시의 조건

미국 생태도시 아르코산티(Arcosanti)의 사례에 대한 사유
공명수교수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31일


공명수 교수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미국의 사막 위의 낙원으로 불리는 아르코산티는 애리조나 주 중심도시인 피닉스 북쪽으로부터 70마일 떨어진 사막 고지대에 위치한 친환경 생태도시이다. 인근에 로키산맥의 지류가 흐르고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비교적 서늘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아르코산티는 주업이 종(鐘) 제조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풍경(風磬)을 제작하여 관광객에게 팔아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전에 참전한 파올로의 친구가 한국의 절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을 보고 감화를 받아, 후에 종산업을 파올로에게 권했고, 파올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아르코산티의 주업으로 이를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아르코산티 생태도시는 이탈리아 출신 생태 건축학자인 파올로 솔레리가 1950년대에 처음 구상하여 1970년에 착공을 하였으며, 특히 이곳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률이 4-5%에 불과할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다. 파올로가 추구하는 이 생태도시의 기본개념은 아콜로지(arcology)인데, 아콜로지는 건축학(architecture)과 생태학(ecology)의 합성어로서 환경계획 도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콜로지 워크샵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많은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이 미래의 생태도시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르코산티는 최종적으로 완공되기까지는 앞으로 몇 세기가 더 걸릴지 모른다. 대략 7,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고밀도의 복합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는 아르코산티에는 워크샵 참가 건축가들과 그곳의 주민들을 포함하여 약 70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현재 2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거주공간의 기반시설이 착공되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첫 설계자가 파올로임에는 부인할 수 없지만 그의 개념에 뜻을 같이 하는 전 세계의 모든 건축가들이 이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르코산티는 아콜로지의 생태건축학 개념을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그런데 아르코산티는 지금까지 논의했던 다른 생태도시와 특별히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생태도시가 자연 친화적인 건축재료나 재활용 건축설비 기술을 중시하지만 모듈로 고안된 콘크리트 기성재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콜로지의 주요 특징이다. 우선 아콜로지는 도시형 복합기능의 대형공간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대형공간은 일종의 커뮤니티 개념으로서 일, 삶, 놀이가 하나의 공간 속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의 공간들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복합 공동체를 이룬다. 밀도 높은 다용도 복합 공간 자체가 교육, 삶, 문화, 일, 건강, 레저 등을 모두 융합하는 복합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되고 있다. 가령 이들의 거주공간은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하나의 공간 곳에 주거지와 카페 같은 휴식공간과 갤러리와 같은 문화 공간이 함께 설계된 주상복합형이다. 인간의 공동체적 삶이 다기능 효율 공간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올로는 고밀도의 집적된 도시 구조물을 인간의 정주 환경으로 제안하고 있다.

 
아콜로지 신봉자들은 거주공간의 최소화가 지속 가능한 도시적 삶과 사막의 자연환경을 보호를 가능케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복합적이고 서로 긴밀하게 연관된 압축공간과 다용도 구조물로 이루어진 고밀도의 수직적 도시를 추구한다. 미국의 한적한 소도시나 한국의 전원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평으로 흩어지고 확장된 도시 개념을 거부한다. 수평적으로 확장된 도시가 오히려 자연환경을 잠식하여 더 큰 환경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아르코산티 생태도시의 기본개념은 미국 상류층 가정의 교외지역 주택에서 볼 수 있는 넓은 마당과 아늑한 뒤뜰을 자랑하는 주거형태를 파괴하고, 자동차 없는 도시를 추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콜로지 개념에 따르면, 호화주택이 수평적으로 산재하고 주택과 주택 사이에 멀고 먼 공간의 틈새가 벌어지면 도로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택과 주택 사이의 틈새를 줄이게 되면 도로가 없어지게 되고, 도로가 없으면 자동차가 없어지게 마련이고, 자동차가 없으면 도로건설도 없고 환경훼손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르코산티로 들어가면 각 장소의 모든 공간이 수직구조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동차는 갈 곳이 없다. 아르코산티 거주인들은 차 없이 걸어 다니는 환경 친화적 삶을 누리면서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고 유기농법으로 시금치 당근 등을 재배하며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가도 싸고 공간 사용료가 대부분 무료이기에 주민들은 모두가 돈을 어디에 다 써야할지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파올로의 아콜로지 개념은 지속 가능한 도시적 삶과 문화의 영속적인 추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콜로지의 기본정신은 도시를 떠난 현대인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의 전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적 삶의 지속성에서 출발한다.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수평적으로 확장하여 문어발식으로 점유하고 있는 90%이상의 대지를 자연 속으로 환원할 때 농경과 대지의 보존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시인들이 거주지를 최소화 할 때 광활한 자연과 도시적 삶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상적인 생태도시의 조건으로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 활용의 지혜, 재생 에너지의 상용화에 기초한 친환경 에너지 체계 구축, 교통수요를 최소화하는 보행자 중심의 도시 설계, 생태통로와 소생물권 조성, 투수성 포장을 통한 생물 다양성 증대 등이다. 이들이 환경적 관점에서 해당지역의 특수한 자연적, 사회적 조건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아르코산티가 추구하고 있는 아콜로지의 지속 가능한 도시적 삶과 광활한 자연의 공존의 지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명수교수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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