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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칼럼

물들기 나름이다
안익수시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22일


 안익수 (시인)


태아는 모태의 양수 속에서 수천 시간을 담겨 있다가 나온다. 천부의 방식으로 적당히 절여지고 단련되어 사람으로서의 간이 잘 들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우주의 창파에 던져지는 것이다. 오묘한 인간창조의 문이 열려 서서히 세상 속으로 헤엄치며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비로소 세상과의 시․공간적 경계를 그어가며 구석구석과의 접속을 시작하게 된다. 첫 울음으로 세상과의 장엄한 약속을 건다.


사람은 누구나 오관이 있다. 그 오관(五官)은 반드시 오감(五感) [눈(시각),귀(청각), 코(후각), 혀(미각), 피부(촉각)]을 낳는다. 그 오감은 제각각 제자리에서 유일한 개성으로 서로서로 얽히고 설켜 연극을 한다. 인간은 그 오감을 통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하고 사용하여 비교적 완성된 인간으로 물들여 지는 것이다. 이때 사람은 여러 양상으로 물들고 변화하며 진화된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쪽이든 저쪽이든 색깔을 띠게 된다.


어느 것으로 어떻게 물드느냐에 따라 그 성품과 됨됨이가 되는 것이다. 옷감도 어떤 소재에 어떻게 디자인하여 무슨 물감으로 염색하느냐에 따라 유행이 되고 복고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의․식․주와 생활 속에는 물들여야 할 것과 물들여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때때로 인간은 눈으로 보고 확인하려는 욕심의 욕구가 작동한다. 그러므로 소리나 맛에도 색깔로 이해시키려는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눈으로 먹고 눈으로 듣고 눈으로 느낄 때에 인간은 욕망의 만족도에 가깝게 된다.


정치사회도 마찬가지다. 당이 진보냐 보수냐 아니면 중도냐 또는 사람이 좌파냐 우파냐 따질 때 항시 물들은 색깔론이 대두된다. "아무개는 빨갱이야" 할 때 이 또한 물들어간 과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소위 "패거리 정치", "패거리 문학" 이라고 할 때도 그것은 물든 문화의 징표이다.


신앙도 때로는 물든다. 맹목적으로 믿는 신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정신질환으로 중독되어 가정까지 파경으로 치닫게 하는 물들음이 될 때도 있다. 교육도 다양한 학습을 통하여 사람의 정신과 습관을 물들이는 것이다. 예술적 사물과 정신도 절이고 물들여서 새롭게 만들어낸 산물이 아인가. 사람은 물든 옷은 입고 싶어 하지만 젖은 옷을 입으려 하지 않는다. 또 사람은 젖은 빵은 먹지 않으려 들지만 물든 빵은 먹으려 든다. 그래서 사람의 정신은 쉽게 물들고 더디게 젖는 법이다. "눈물 젖은 빵"과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바로 그러함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그러므로 사람의 향기에 물들 때는 진실성을 유념해야 하며, 사람의 말에 물들 때는 정직성을 살필 일이며, 사람이 물질에 물들 때는 주머니의 크기를 다스리어 씀씀이의 깊이를 따져볼 일이다. 정신이 깨끗하면 물감도 선명하고 물감이 선명하면 색깔이 화사하다. 그러면 인간과 자연과 하늘이 따뜻하게 물들게 된다.


그럼에도 인간은 틀에 박힌 판화가 아니라 움직이며 변화하는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이다. 관념에 찌들어 남의 밥상에 권위적 심술로 똥물을 튀기거나 머릿수로 작당하여 주먹질이나 할 게 아니라 새로운 물감으로 옷을 물들이고 정신은 세탁하여 인간적인 문화를 발현함과 인류의 과제를 풀어야 할 열쇠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제 자연의 아름다움에 물들며 하늘의 이치에 물들고 착한 사람과 물들어 행복한 삶의 꿈을 물들이면 좋겠다.

안익수시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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