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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 67] - 변혁의 물결과 뮤지컬 <헤어(Hair)>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8년 11월 12일


윤우영(대진대 교수, 연출가)

 

 

2008년11월4일은 미국 역사를 다시 쓴 선거일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변화를 내세운 젊은 대통령으로 선거전부터 이미 전 세계에 주목을 받고 있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특히 한국은 통상마찰 우려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부시 정권과 찰떡궁합으로 알려진 현 정권은 현재 오바마를 잘 알고 있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군사적 행동에 관한한 미국의 제일 협력자로 동참해온 한국은 그동안 이라크 파병 등 부시정권과 외형상으로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8년 동안 한미관계는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소원했던 한미 관계가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가 싶었는데 이제 무엇보다도 먼저 자동차를 포함한 통상마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커다란 변혁의 물결이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미 FTA나 소고기 협상의 졸속적인 처리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어날 조짐도 보인다. 부시정권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던 현 정권이 이제 어떤 각오로 변화에 대처할 것인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사회의 변혁과 더불어 전 세계가 상당한 변화를 겪었던 상황과 일견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1960년대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암살,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그리고 베트남 전쟁 등 미국 사회를 소용돌이치게 만든 커다란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가 사회적·정치적으로 많은 변혁을 겪었기 때문이다. 보수층을 무너트리고 흑인 대통령이 당선될 정도로 현재의 미국이 긍정적인 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면 1960년대는 암울함 속에서 상당한 아픔을 겪으며 변화를 가져왔던 시대였다.

 

 

흑인 지도자의 죽음과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만들었다. 특히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관여하면서부터 전 세계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1960년대는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운동과 미국 지도자들의 암살로 인해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았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히피문화가 20세기 대표적인 청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 국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극단적인 자유사상과 기성문화에 대한 비판, 반전사상, 인종적이며 계층적인 갈등, 그리고 보수적인 지배문화에 대한 강한 반발로 1960년대는 히피문화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 히피 문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도시에 파급되어 보수적인 사회기저를 뒤흔들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히피문화의 상징은 보수적 성향에 반항하고 반전사상을 표현하는데 있었다. 이들의 파격적인 외모는 흔히 히피라는 용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남자의 경우 ‘장발과 기른 수염에다 커다란 펜던트를 착용’하는 것이 관례였고, 여자들은 ‘미니스커트에 샌들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모습은 보수적인 가치를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많았다. 허무주의와 초월주의를 주된 기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존 보수적인 사회체계에 대한 부정보다는 공허한 자기 탐닉’에만 머무르고 있을 뿐이라는 호된 비판도 뒤따랐다. 어쨌든 이러한 사회변혁은 뮤지컬 무대에도 영향을 주어 음악과 소재 면에서 다양성을 갖게 해주었다. 1960년대 이전의 뮤지컬들이 재즈에 바탕을 두었다면 1960년대 뮤지컬들은 다양한 음악들을 차용하면서 록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히피문화를 잘 반영한 뮤지컬 <헤어(Hair)>의 등장은 뮤지컬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강렬한 록 음악을 바탕으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기존 사회질서에 반기를 든 히피문화의 대표작 <헤어(Hair)>는 1967년에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에서 시작되었는데 1968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서는 1,750회라는 놀라울만한 공연기록을 세웠고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 End)로 건너가 1,997회 공연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가사에 관한한 일상적이지만 시적이며 아름다운 언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흑인들이 쓰는 비속어나 욕설들도 다소 포함된 뮤지컬들도 있었으나 <헤어>만큼 거칠고 성적이며 보수적인 미학적 언어를 타파한 작품은 없었다.

 

인종(Race)과 나체(Nudity), 성적자유(sexual freedom), 약(Drugs)과 마리화나 담배, 그리고 베트남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사상 등을 포괄한 뮤지컬 <헤어>는 배우들의 나체출연만으로도 상당히 급진적인 작품이었다. 뮤직 넘버들만 보더라도 수간(Sodomy)이라든지 대마초(Hashish) 등 파격적인 노래제목들이 사용되었고 내용도 브로드웨이의 단골 보수 관객들을 등 돌리게 할 정도로 히피문화의 뮤지컬 아이콘처럼 인식되었다.

 

오바마 정권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어디까지 변화와 개혁이 이루어질지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종차별과 보수적 기득권자들이 득세했던 부시정권과 달리 어떤 모습으로 개혁의 그림이 그려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항상 개혁의 시대에는 새롭고 파격적인 뮤지컬들이 나오곤 했는데 그런 면에서 지난 8년 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불황이었다고 한다면 이제 어떤 새로운 뮤지컬들이 나오게 될지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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